"진로교육도 직접"..원묵고 학부모들의 이색활동

원묵고 학부모회, 적성계발·대학탐방 프로그램 등 계획
"학부모회, 일부 어머니만 참여..폭넓게 활용하려 마련"
  • 등록 2012-07-21 오전 10:00:00

    수정 2012-07-21 오전 10:00:0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남들이 2000년 동안 한 일을 혼자 이해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남들이 다 아는건 나도 알아야 합니다. 대학은 그냥 취업해서 끝나는 곳이 아니라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큰 그릇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을 연마하는 기간을 줍니다. 대학에서 공부할 시간을 4년 주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묵동에 위치한 원묵고등학교 시청각실. 이곳에선 이건 서울시립대 총장의 열띤 강연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120명의 학생들은 한 마디라도 놓칠새라 수첩에 강연 내용을 적느라 여념이 없었고, 30여명의 학부모들도 숨을 죽이며 열중했다.

이 총장은 ‘대학에선 무엇을 하나’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대학에서 하는 것은 이론과 현상의 조율”이라며 “현장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등 전통적인 공부를 통해 이론적으로 무장하고, 노력해야 한다. 또 나는 이렇게 했는데 남은 어떻게 하는지를 봐야한다. 그래야만 나만의 이야기가 점점 뼛속에 살을 붙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와 관련해선 오랜 기간 자신을 연마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그는 “타고난 재능보다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데, 훈련에 필요한 기간이 3개월 정도에 불과하다면 학원에서 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원이 대학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연에서는 실질적인 경험의 중요성을 초현실주의 대표작가인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연결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장은 “그의 그림에선 무엇이 그림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혼란을 느끼게 된다”라며 “직접경험은 현장에 가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고, 간접경험은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어 제한적이다. 간접 경험을 했는데 직접 경험을 한 것처럼 느끼는 걸 극복하기 위해 현장에 자꾸 가봐야 한다”고 주지시켰다.

이날 강연은 원묵고등학교 학부모회 활동의 일부로, 학생들의 진로찾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례적으로 마련됐다. 원묵고 학부모회는 지난 13일부터 방태원 코레일 대표와 김의준 영화연출자, 최원기 사회학박사 등을 초청해 학생들과 함께 듣는 시간을 가진 데 이어 방학 중에는 헌법재판소와 국회의사당을 비롯, 각 대학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경희 학부모회장은 “학부모회가 정해진 소수의 어머니만 활동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폭넓게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프로그램을 계획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2학년 강민성(17)군은 “그동안은 미래에 대해 소홀히 생각했었는데 진지하게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미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1학년 박지연(16)양도 “대학이 어떤 곳인지 알게됐다. 원래 관심있었던 대학에 대해 직접 들으니 더 좋았다”고 말했다.

1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선이(49)씨는 “집에서 접하지 못한 다양한 부분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라며 “앞으로 예정돼 있는 대학 탐방도 기대된다. 유용하고 좋은 정보가 많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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