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영장을 내밀고는 사무실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파란 상자에 서류를 쓸어 담는다. 이런 모습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일반인들은 ‘압수수색’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겁부터 먹곤한다. 하지만 실제 압수수색을 집행해 본 법조인의 생각은 다르다. 압수수색은 무섭지 않다고. 다만 겁 먹으면 대처할 수 없다고.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LKB)는 ‘쫄지마! 압수수색’ 책을 냈다. 이 책은 청와대와 국회, 선관위, 검찰, 정부기관, 교육청, 선거사무소, 기업 본사 등 일반인이라면 출입조차 어려운 주요 시설을 모두 압수수색 해 본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현장에서 겪은 상황을 토대로 쓴 압수수색 해설서이다.
누구든 기습적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축될 것도 없는 게 압수수색은 정해진 절차와 범위 내에서만 이뤄진다. 형사소송법과 인권보호수사규칙 등은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이 영장을 제시받는 시작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마지막 단계까지, 방어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 지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법에 규정되지 않은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심지어 법이나 영장 내용에 대한 해석을 두고 수사기관과 압수수색 당사자 간 갈등이 발생하는 일도 많다.
이런 점을 몸소 경험한 허 변호사는 압수수색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을 냈다. 이 책에는 △압수수색이 들어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영장은 어떻게 보는지 △카카오톡 메시지는 복원이 되는지 △압수된 서류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무엇을 하는 것이고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하는지 △디지털 포렌식은 어떤 것이고 선별절차는 무엇인지 등 수사를 받고 있다면 알아 두어야 할 쟁점을 총망라했다.
오해하지 말 것은 이 책은 압수수색을 피하는 요령을 알려 주는 게 아니다. 이 책은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상황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해,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이 수사기관과 최대한 동등한 입장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의 저자인 허 변호사는 종합일간지 법조기자, 사건기자로 5년 동안 활동하다 변호사가 됐다. 최근에는 고위공직저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검사로 근무하였다. 지금은 공수처에서 나와 법무법인 LKB수사대응팀에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