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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검찰총장은 어떤 연유로 자신을 탄핵해달라고 말하게 된 걸까요? 이야기는 지난달 17일 국회 법사위 대검 국정감사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날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의 비리 의혹을 제기합니다. 이정섭 차장검사는 ‘법인카드 유용’ ‘쌍방울(102280) 대북송금’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인물입니다.
“이 대표를 수사할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수사를 받아야 할 분”이라고 일갈한 김 의원은 이 차장검사가 딸을 명문 초등학교로 보내기 위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 거주지에서 오른쪽 아파트로 주민등록지를 옮기는 위장전입을 저질렀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익명의 제보를 인용해 이 차장검사가 선후배 검사들을 위해 처남이 운영하는 골프장을 저렴한 비용으로 예약해주고, 처남의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과 가사도우미의 범죄 기록을 대신 조회해주는 등 처가 관련 각종 민형사 분쟁을 해결해줬다고 밝힙니다.
갑작스러운 부하직원 비리 의혹 제기에 당황한 이원석 총장은 “인척 간 분쟁 과정에서 나온 주장이니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보겠다”며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후 이 차장검사는 위장전입 사실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민주당은 불법을 저지른 검사에 대한 정당한 탄핵이라는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검찰 등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고, 총선이 가까워진 시점에 수사의 결론이 나는 것을 방해하려는 의도 아니냔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들끓는 검찰 조직…불만·불안 수습 나선 검찰총장
특히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이 차장검사 관련 의혹들은 아직 확인되지도 않았고 내부 징계사안이 될 수는 있어도 탄핵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입니다. 한 현직 검찰 관계자는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까지 싸잡아 검찰 자체를 악의 집단처럼 몰아가려고 하는데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날 탄핵하라”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호소는 탄핵의 부당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검찰 내부의 불만과 불안을 추스르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부하 직원들에게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우두머리인 내가 막을 테니 다들 본연의 할 일에 집중하라’고 당부하는 것입니다.
이 총장은 또 “이 차장검사의 직무가 정지되면 (이재명 대표 의혹)수사에 차질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수사팀은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제대로 수사의 결론을 낼 것이라 굳게 믿는다”며 수사팀을 향한 격려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차장검사의 직무 정지가 이재명 대표 의혹 수사에 미미한 영향만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 차장검사는 수사를 지휘하고, 일선 수사는 거의 대부분 부장검사 선에서 이뤄진다”며 “차장 직무대행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수사에 급제동이 걸리거나 하는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쌍방울, 법인카드 의혹은 이미 수사 초기 단계는 지났고 증거도 어느 정도 확보됐을 것”이라며 “수사 실무상의 문제보다는 수사팀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