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다 구이'…소고기 소비 고급화 바람

비싼 고기 우아하게 즐긴다…'가심비' 소비 성향 뚜렷
조리하기 쉽고 유튜브 등 요리법도 많아
  • 등록 2019-11-22 오전 5:30:00

    수정 2019-11-22 오전 9:27:41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인의 고기 소비 문화가 바뀌고 있다. ‘기왕이면 품질 좋은 정육을 구워먹자’라는 심리가 강해졌다. 국과 불고기보다는 스테이크 등 구이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불경기 속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 소비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이크용 소고기.(사진=이마트)
‘눈에 띄네’ 구이용 소고기 판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구이용 한우 고기 부위 매출이 늘고 있다. 고급 정육일수록 매출 성장률이 더 높다. 이마트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한 결과 고급 한우 제품인 ‘숙성한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9.5% 증가했다.

숙성한우의 매출 증가는 구이용으로 소비되는 등심과 채끝이 견인하고 있다. 이들 부위 매출은 숙성한우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해까지는 50% 정도였다. 고급 정육 중에서도 구이용에 대한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결과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스테이크용 한우 정육 매출 증가율도 높은 편이다. 이마트 내 한우 정육 중 스테이크용 매출 신장률은 올해 10월까지 34%(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구이용 고기 선호 현상은 부위별 한우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6년 이후 10여 년간 구이용 등심 가격은 꾸준히 올랐지만 갈비와 불고기류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06년 4월 기준 한우 등심 소매 평균 가격은 100g당 6955원이었다. 올해 4월에는 7921원까지 올랐다. 지난 18일에는 8900원대를 돌파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내 발병에 따른 돈육 수요가 한우로 이동한 영향이 크지만 한우 구이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지난 13년간 갈비와 불고기류 가격은 떨어졌다. 2006년 4월 100g당 6300원 하던 갈비 소매가격 평균은 지난 4월 5183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불고기는 4311원에서 4295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한 소비자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숙성한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이마트)


소비 양극화 영향…비싼 소고기, 제대로 즐긴다

소비 트렌드 조사업체는 이러한 현상과 관련 경기 하강에 따른 소비 양극화 영향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경기가 안 좋다고 느낄수록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기 마련”이라면서도 “다만 소고기처럼 큰 부담이 안 되면서 만족감이 높다고 느껴지는 품목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이류는 국이나 불고기보다 특식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들어 소비자들이 한우 등 고급 정육을 구워먹는 빈도가 늘었다.

지난 10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소고기 소비 경향조사’를 보면 지난해보다 소고기 소비량을 늘렸다고 답한 주부와 1인 가구의 비율은 34.8%(응답자 500명 기준)였다. 밥상 위 육류 구이 비율도 늘었다. 모바일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육류 구이가 들어간 상차림 비율은 2018년 3.2%이었다. 2019년에는 3.5%로 1년새 0.3%p 상승했다.

조사 대상 : 주부·1인가구 500명, 조사시점 : 2019년 10월.(자료 : 농촌진흥청)
최근 소고기 스테이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관련 소비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최근 요리 유튜버들 사이에선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법’ 등의 콘텐츠 제작이 인기다.

이는 유튜브 검색 트렌드에도 잘 나타난다. ‘집밥 백선생’ 등 요리 예능이 인기를 끌던 2015년 이후 유튜브 내 ‘스테이크’ 검색 빈도도 올랐다. 2017년 정점을 찍고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식생활의 변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구워먹는 고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며 “아울러 고급 고기에 대한 소비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8년 이후 유튜브 내 ‘스테이크’ 검색빈도. 2017년 이후 스테이크에 대한 검색률이 뚜렷하게 높아졌다. (자료 : 구글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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