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가 가장 위험"…몰카범죄 절반이 지하철

몰카와의 전쟁 최전방 지하철 보안관 동행취재기
옷차림 짧아지는 6~8월 '몰카' 집중 단속기간
몰카나 성추행 등 혐의 적발 월 평균 7건 수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뒤로 부자연스럽게 밀착..몰카범"
  • 등록 2017-07-28 오전 6:30:00

    수정 2017-07-28 오전 8:57:19

지하철 보안관들이 25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환승구역에서 ‘몰카’와 성추행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다. 한 보안관은 “지난 2주 동안 이곳에서만 몰카범 2명을 잡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사진=이슬기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25일 오전 6시 50분 서울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내 대기실. 지하철 보안관 최창완(44)씨와 서준형(35)씨는 가스총과 삼단봉을 챙겼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호신용품이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현장에서 실제로 써 본 적은 없다. 채증과 민원접수를 위한 휴대폰도 필수품이다. 검은색 방범조끼까지 꺼내 입으면 하루 일과를 시작할 준비가 끝난다.

지하철 보안관은 지난 2011년 지하철 질서 유지와 범죄 예방을 위해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이동상인·노숙자·구걸자·광고물 배포 등 각종 질서 저해 행위를 단속하며 지하철 내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노출의 계절인 여름철에 기승을 부리는 성범죄를 막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의 주요 업무다.

박남춘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간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범죄는 모두 6424건이며 이중 성범죄가 3696건으로 58%나 됐다.

특히 2013년만 해도 1026건이던 성범죄는 2014년에는 1110건으로, 2015년에는 1819건으로 급증추세다. 작년에는 6월말까지 767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몰카범이 늘어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적발된 몰카범죄 중 절반은 지하철에서 발생했다는 통계도 있다.

지하철보안관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주간조’와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일하는 ‘야간조’로 나뉜다. 2인 1조로 주 5일 근무다. 2주에 한 번씩 주간조·야간조가 바뀐다. 만 60세 정년이 보장된 무기계약직인 이들은 지난달 말 기준 300명이 근무 중이다.

출근길 혼잡 틈탄 성추행·몰카범 기승

오전 7시 30분 두 보안관이 도착한 곳은 7호선 건대입구역. 최씨와 서씨는 7호선 뚝섬유원지역부터 용마산역까지가 관할 구역이다. 출근길에 가장 혼잡한 역이 건대입구역여서 항상 이곳에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이 시간대 건대입구역에는 이들을 포함해 공익요원과 사복경찰 등 총 6명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 현장을 누빈다.

역에 도착한 두 보안관의 눈길은 곧장 에스컬레이터를 향했다. 최씨는 “출근길이 특히 혼잡한 데다 다들 제 갈 길에 바빠 정신 없다보니 이런 틈을 노려 일부러 몸을 밀착해 비비는 식의 성추행이 많다”며 “급경사인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몰래카메라’(몰카)범들이 여성의 치맛속을 찍다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여성들의 옷차림이 짧아지기 시작하는 6월에서 8월까지는 몰카 집중 단속기간이다. 최씨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뒤로 부자연스럽게 밀착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남성은 십중팔구 몰카범”이라고 했다.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서씨가 “오늘은 VOC(Voice Of Customer·민원)가 없다”고 반가워했다. VOC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지하철안전지킴이’나 문자를 통해 전달받는 시민 민원이다. 어린이대공원역 대기실로 돌아와 선풍기 바람에 10분 정도 땀을 식혔다.

지난해 지하철 1~8호선에서 지하철 보안관들이 단속한 무질서 행위 건수.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몰카나 성추행 등 혐의로 적발되는 경우는 한 달 평균 7건 정도”라고 설명했다. (자료=서울교통공사)
이동상인 적발부터 무임승차자 단속까지 분주

출근 시간대가 지나면 이들의 업무는 더욱 다양해진다.

문자메시지로 ‘지하철 차량 내에서 수건을 판매하는 이동상인이 있다’는 민원을 확인한 뒤 용마산역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최씨는 “주간엔 이동상인 적발 업무가 제일 많고 야간에는 취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역에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이동상인인 50대 남성에게 다가가자 체념한 듯 주민등록증을 넘겼다. 철도안전법에 따라 역사 및 차량 내 물건 판매는 금지돼 있다. 5만원에 해당하는 과태료 고지서에 순순히 인적사항을 적은 남성은 안내에 따라 지하철 밖으로 퇴거조치 됐다.

뚝섬유원지역부터 군자역, 용마산역까지 다 돌아본 뒤 오전 10시 30분 다시 건대입구로 향했다. 건대입구역에 도착하는 열차 내에서 두 사람은 지하철 안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무질서 행위나 무임승차 해위는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오전 11시 30분쯤 오전 근무를 마쳤다.

점심은 지하철 역에서 15분쯤 떨어진 승무사업소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지하철 보안관들이 25일 오전 열차 안을 돌아다니며 이동상인 등 무질서 행위는 없는지 살피고 있다. (사진=이슬기 기자)
찜통더위 속 매일 10km이상 걸어…여분의 셔츠는 필수

이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역사 내 ‘찜통더위’다.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4도, 폭염 특보에 지하철 역 안은 가마솥 안처럼 달아올랐다. 3~4kg에 이르는 방범조끼는 무겁기도 하지만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셔츠가 금세 땀에 푹 절었다.

두 사람은 오후 2시쯤 대기실로 돌아와 캐비닛에 준비해 둔 여벌의 셔츠로 갈아입었다. 서씨는 “여름엔 땀에 젖을 걸 대비해 캐비닛에 셔츠 1벌을 더 준비하는 건 필수”라며 “땀 냄새가 나면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신경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 다시 뚝섬유원지역에서 용마산역까지 한 바퀴 순찰에 나섰고 4시가 되어서야 하루 일과를 마쳤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몰카 등 성추행범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근무 시간 내내 햇볕 한 번 쬐지 못하고 지하철 소음 탓에 청력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건 시민을 지키는 보람 때문이라고 했다.

서씨는 “올해 3월 오전 8시쯤 건대입구역에서 한 20대 여성이 저혈압 쇼크로 몸에 마비가 왔던 적이 있다”며 “겨우 응급조치를 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는데 알고보니 그 날이 첫 출근하던 길이었더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나중에 그 여성의 부모님께 연락을 받았는데 오후에 무사히 잘 출근했다고 하더라”며 “작년 말 입사한 이래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추행범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부끄럽다고 생각해 움츠리면 범인은 더 기세등등해져요. 대놓고 따지면서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는 게 최선입니다. 여성들이 피해자이지 죄인은 아니잖아요.”

지하철 보안관 서준형(35)씨가 25일 오후 건대입구역 에스컬레이터에서 ‘몰카’ 등 위법행위가 없는지 지켜보고 있다. 서씨는 “이 일을 하면서부터 그냥 걸어다닐 때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겼다”며 웃었다. (사진=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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