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공연이 싫다면…진짜음악 듣는 '작은콘서트'

음악 제대로 못 느끼는 대형 콘서트 한계에
방·거실에서 즐기는 '작은 콘서트' 펼쳐져
'방구석 공연'으로 시작한 '소파사운즈'
무대와 객석 경계 없앤 '하우스콘서트'
편견 없이 음악 본연의 매력 전하며 인기
  • 등록 2017-02-28 오전 5:30:00

    수정 2017-02-28 오전 5:30:00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복합문화공간 써드스페이스에 연 ‘소파사운즈 서울’ 공연. 소파사운즈·하우스콘서트 등 방·거실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작은 콘서트’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큰 공연장에 많은 관객이 모이는 보통의 콘서트와는 사뭇 다르다(사진=소파사운즈 코리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중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남부터미널 인근의 복합문화공간 써드스페이스. 이곳에 20~30대부터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외국인까지 70명 남짓한 사람이 모였다. 바닥에 깔린 러그 위에 편안하게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중. ‘방구석 공연’으로 시작한 작은 콘서트 ‘소파사운즈’의 현장이다.

클래식·재즈·대중음악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의 진가를 확인하러 찾은 콘서트장. 그러나 기대에 부풀어 간 콘서트장에서 아쉬움만 안고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큰 공연장, 지나치게 많은 관객, 완벽하지 못한 음향시설이 음악 본연의 매력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벗어난 ‘작은 콘서트’가 음악계 전반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방과 거실처럼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오롯이 음악에 집중하는, 진짜 음악을 느끼는 자리다.

△영국서 시작…라인업 공개 안 하는 소파사운즈

소파사운즈는 펍과 라이브클럽 등 시끄러운 환경이 아닌 작은 방에서 조용하게 음악을 즐기는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했다. ‘소파’(sofar)는 거실에 놓는 편안한 의자란 뜻이 아닌 ‘방에서 노래’(songs from a room)란 뜻을 가진 신조어. 뮤지션과 관객이 보다 친밀하게 음악을 즐기는 콘서트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에선 뮤직비즈니스 회사인 프로튜어먼트가 ‘소파사운즈 코리아’를 세워 2014년 8월부터 매달 서울서 공연하고 있다. 초기에는 외국처럼 실제 집에서 공연을 했으나 요즘은 게스트하우스·셰어하우스·복합문화공간 등에서 진행한다. 장소에 따라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200명이 찾아 음악을 함께 즐긴다.

소파사운즈의 매력은 ‘시크릿 라인업’이다. 다른 콘서트와 달리 공연 당일까지 누가 출연하는지를 알리지 않는다. 소파사운즈 코리아의 황승률 디렉터는 “편견 없이 음악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한 소파사운즈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공연 관람도 기본적으로는 무료다. 사전 신청을 한 관객을 추첨으로 초대하는데, 올해부터는 전체 티켓의 30% 정도를 2만원에 판매한다. 황 디렉터는 “소파사운즈를 꼭 보고 싶다는 관객 요청이 많아서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한철·악동뮤지션·에릭남 등 대중적인 뮤지션과 신현희와 김루트·피터팬컴플렉스·야광토끼 등 인디뮤지션이 소파사운즈에 섰다. 2월엔 싱어송라이터 소수빈과 윤딴딴이 무대를 꾸몄다. 이날 공연을 진행한 스태프는 20명 남짓. 대부분은 ‘소파 사운즈’의 취지에 공감해 동참한 자원봉사자다. 황 디렉터는 “공연에 왔다가 소파사운즈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인천에서도 소파사운즈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과 제주 등에서도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황 디렉터는 “많은 이들이 클럽처럼 습한 공간에서 ‘빵빵’한 사운드를 즐기는 것이 공연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페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는 것처럼 공연을 즐기길 원하는 이들도 많다”며 “그런 관객을 위해 서울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소파사운즈를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하우스콘서트’ 공연. ‘하우스콘서트’는 마룻바닥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없이 음악을 즐기는 ‘작은 콘서트’로 2002년 시작해 지금까지 5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쳤다(사진=하우스콘서트).


△마룻바닥에서 느끼는 음악의 맛 ‘하우스콘서트’

클래식계에선 작은 콘서트를 오래전부터 열어 왔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하우스콘서트 대표가 2002년 시작한 ‘하우스콘서트’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500여회 공연으로 2300여명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섰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김선욱·손열음 등 한국 클래식 대표 연주자는 물론 소리꾼 장사익과 가수 강산에·십센치 등의 뮤지션도 무대에 섰다.

클래식은 ‘살롱음악’이란 이름으로 16~18세기부터 작은 공간에서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있었다. 박 대표는 “과거의 살롱음악은 연주자의 실력을 검증하는 일종의 아트마켓이었다. 처음부터 큰 공연장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간에서 먼저 듣고 즐기는 문화가 있었다”며 하우스콘서트가 살롱음악의 연장선에 있음을 강조했다. 또 그는 “한국에선 큰 공연장에 가야만 음악을 제대로 듣는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박 대표의 집에서 시작한 하우스콘서트는 201회를 기점으로 집에서 나와 녹음실과 사진스튜디오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을 이어왔다. 현재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예술가의집에서 매주 월요일 공연한다. 평균 관객수는 70~80명 정도. 티켓가격은 2만원으로 2002년 첫 공연에서 책정한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박 대표가 꼽는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은 ‘마룻바닥’이다. 공연장에 온 관객은 마룻바닥에 앉아 음악을 즐긴다. 음악의 진동을 그대로 느끼기 위함이다. 박 대표는 “마룻바닥으로 전해지는 음악의 진동을 한 번 느껴보면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없다. 다른 공연장에선 산만한 아이들도 하우스콘서트에서만큼은 연주자에게 집중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공연을 마친 뒤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와인파티도 즐긴다.

2012년부터는 하우스콘서트 형식의 공연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는 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박 대표는 “때로는 아마추어 연주자의 열정이 프로 연주자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그런 걸 ‘하우스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다”며 “많은 관객이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진짜 음악의 맛을 느끼게 됐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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