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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은 정부3.0이다. 개방·공유·소통·협력을 바탕으로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의 성과는 눈부시다. 4년간 총 260건의 창조관광사업을 발굴, 그중 170개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또 501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커를 위한 모바일 여행지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중국인관광객(유커) 류모(20·여) 씨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명동의 맛집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워짜이날’이란 앱에서 중국어로 한 식당을 검색하자 다양한 이동경로가 나타난다. 택시·지하철·버스·도보 등 선택방법이 여럿이다. 도보를 고르자 현재 위치에서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이외에도 화면에는 류씨가 평소 좋아한 쇼핑몰, 화장품상점, 관광지 정보도 보인다. 류씨는 “워짜이날은 중국어 서비스와 더불어 오프라인 상태에서 검색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특히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편리하다. 덕분에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을 한다”고 만족해 했다.
이번에 소개할 업체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인 ‘워짜이날’(중국어로 ‘여기 어디’란 뜻)을 개발한 ‘누아’. 서울 중구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해 있는 업체다. 서덕진(37) 누이 대표는 “워짜이날은 유커 전용 한국여행 지도 앱”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개별자유여행으로 방한하는 유커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여행 중 크게 두 가지 불편을 호소하는데 첫째가 교통 등 이동이 불편하다는 것, 둘째는 관광지·숙박·식당·쇼핑 등 관광정보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워짜이날은 이 두 가지 불편을 해소하고자 개발한 앱”이라고 설명했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벤처팀장은 “유커의 한국여행 트렌드가 단체에서 개별여행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여건은 아직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누아의 워짜이날은 유커의 여행 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대형 플랫폼 사업자도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을 구축해 가치를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유커에 불편에 집중하다
맞춤형 정보도 자랑할 만하다. 워짜이날은 사용자의 행동패턴과 전체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자는 의도에서 개발했다. 서 대표는 “유커의 쇼핑·관광지·음식 등 여러 행동패턴을 수집해 시스템으로부터 진짜 가치가 있는 정보를 추출하거나 일정한 패턴·징후를 포착해 맞춤형 추천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사용자의 다양한 검색정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노출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보는 철저한 고객분석이 있기에 가능했다. 유커만의 여행패턴을 분석하려면 접근방법부터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내국인 여행시장과는 개별여행객으로 방한한 유커의 시장은 절대 롱테일이 아니다”면서 “워짜이날의 검색어를 분석해보면 상위 1%의 검색어에 65%가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위 5%의 검색어에는 90%가 매칭한다. 오타나 무의미한 검색어를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 상위 5%의 검색어가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도 서비스와는 확연히 다른 지점인 것이다.
◇여행자의 경험에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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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용 온라인지도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도 일본에서였다. 서 대표는 “일본에서 1시간 거리의 약속장소까지 자건거를 타고 간 적이 있었다. 그러다 도중에 길을 잃어 8시간이나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때 여행자용 지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긴 건 2012년. 일본싸이월드 출신의 엔지니어들과 의기투합해 누아를 설립했다.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여행기술기업이 되자는 것이 목표였다.
◇한국기업 중 중국 앱스토어 1위 기록
창업 첫해와 이듬해까지 매출은 ‘0원’.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급기야 사업 포기를 고민할 즈음 서 대표가 마지막 잡은 끈이 바로 ‘창조관광공모전’이었다. 누아는 2014년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입선했다. 서 대표는 “전년도 수상팀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창조관광공모전을 소개받고 참가할 수 있었다”면서 “자금에 목 말라있던 때라 가장 큰 지원 동기 역시 상금이었다. 하지만 입선한 이후 경영·마케팅·투자·IT 등 다방면에 걸친 지원에 매우 놀랐다. 희망을 다시 품은 것도 그때였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받은 상금과 사업지원금은 모두 2500만원. 서 대표는 “상금과 지원비는 가뭄에 단비 같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워짜이날’ 앱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고 고마워했다. 2014년 7월에 ios 버전을, 지난해 2월에는 안드로이드 버전을 각각 오픈했다. 좋은 흐름을 타면서 낭보가 이어졌다. 워짜이날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 중 중국 앱스토어에서 1위(2015년 1월)를 기록한 것. 지금까지도 1~2위는 놓치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현재 워짜이날의 다운로드 수는 ios 버전이 33만회, 안드로이드 버전은 7만회에 이른다. 지난 연말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소프트웨어 전문 창업기획사에 참여기업으로 뽑혔다. 사무실도 새로 생겼다. 최근 문을 연 문화창조벤처단지에 독립공간으로 입주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 대표의 진짜 고민은 지금부터다. “워짜이날은 현재까지 고객에게 쇼핑·여행 등의 차별화된 정보제공을 통해 트래픽 확보에 집중하면서 아직까지 수익모델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희망은 크다. “2018년에는 방한 유커가 1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매년 수백만명에서 1000만명씩 새로운 고객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당장 올해는 200만 다운로드에 도전한다. 분명 다양한 사업기회가 따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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