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복합할부 갈등 고조 "원가 높인 변형상품 말 안돼"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원가(대손비용)가 낮아서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했더니 일부러 원가를 높인 변형된 상품을 내놓겠다는 겁니다. 말이 됩니까.”

현대자동차(005380)와 카드업계의 자동차 복합할부상품(복합할부) 수수료율 갈등이 다음달 삼성카드의 변형 상품 출시를 앞두고 고조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수료율로 낮추자는 현대차의 논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신용공여기간(카드결제후 지급이 완료되는 기간)을 30일로 늘린 변형 상품을 다음달 출시할 계획이다.

복합할부는 고객이 신용카드로 자동차를 구매하면, 카드사는 자동차업체에 차량 대금을 지급하고 할부금융사로부터 해당 대금을 받는 상품이다.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매달 대금을 갚으면 된다.

신용공여기간이 1~3일에 불과해 대손비용과 자금조달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카드사들에 현재 일반 신용카드 수수료율(1.9%)에서 체크카드 수수료율(1.3~1.5%)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체크카드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하겠다는 현대차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가는,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될 경우 복합할부 수수료율도 인하돼 사실상 상품을 유지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지난해 금융권에서는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0.7%로 인하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 ‘변형된 복합할부’ 상품이다. 신용공여기간을 30일로 늘려, 현대차가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하자는 요구를 할 수 없게 된다. 신용공여기간이 늘어나면서 0.2%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카드사는 이는 감수하고, 복합할부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도 이 상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삼성카드가 이 상품을 출시하고 나면 다른 카드사들도 관련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현대차와 수수료율 인하하기로 협상한 이전 복합할부 상품은 자연스럽게 이용이 줄어들고, 결국 카드사들은 1.9%의 수수료를 그대로 현대차로부터 받으면서 복합할부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산업협회도 반대에 나섰다. 협회는 “카드사가 신용공여일을 연장하더라도 자동차업체로부터 부당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편취하는 구조는 그대로 존속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복합할부로 자동차업계는 판촉재원의 손실을 보게 되고 주도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행할 기회도 상실하게 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가격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정상적인 신용카드 거래이고,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카드사는 신용공여일 연장으로 고객에게 혜택이 더 돌아간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월 1000원 정도에 불과한 반면 카드사는 12만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3000만원 차량, 2000만원 할부기준, 체크카드 수수료율 대비)”며 “왜곡된 구조의 금융상품으로 완성차업체만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면 산업의 경쟁력이 손실되고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말 KB카드와는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고, 지난달에는 BC카드와 협상이 무산돼 복합할부 상품 판매는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2월 가맹점 계약 종료를 앞둔 신한카드와 현재 협상을 진행중이며, 다음달에 삼성카드와도 협상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