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위권으로 밀려나다시피 했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로 3위권 금융그룹으로 올라서면서 엇비슷한 규모의 금융지주사들간 자산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4위권으로 밀려나는 신한금융지주(055550)가 어떤식으로든 반격을 해올 가능성이 짙은데다 KB금융(105560)지주가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자산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3강·1중`체제→고만고만한 `4강` 체제로
최근 몇년간 국내 은행권은 `3강(KB금융, 우리금융, 신한금융)-1중(하나금융)`구도를 유지했으나 하나금융이 5위권 은행인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4강 체제로 바뀐다.
현재 진행되는 우리금융 입찰이 유찰 혹은 연기되거나 이팔성 회장이 추진하듯 독자민영화가 되더라도 당분간 4강 체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4개 금융지주 모두 자산 300조원 초·중반의 규모로 그야말로 `고만고만한` 금융그룹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과거 은행간에 피 튀기는 자산경쟁이 벌어졌던 2006~2007년 이전에도 국내 은행권은 4강체제를 갖췄지만 당시엔 1위인 국민은행과 2~3위권 은행간에 격차가 컸다. 그 당시엔 `체급이 다른 4강` 구도였다면 이제는 `같은 체급의 신(新) 4강` 구도로 짜여진 것.
따라서 `리딩뱅크`로 불릴만한 금융지주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선두권을 차지하기 위한 영업 및 자산 확대 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 은행권 영업대전 돌입 예상..국민 신한 우리 반격 `주목`
4위권으로 떨어진 신한금융이 반격대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과 불과 10조원도 안되는 차이로 밀려나면서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고경영진간 내분사태인 `신한금융사태`가 진정되고 내년 3월 이후 새로운 경영진이 짜여지면 본격적인 영업 경쟁 채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하나와 외환은행이 통합하기까지 최소 3~5년 정도 걸릴텐데 사실 이 기간동안 조직을 추스려야 하는 점들 때문에 영업에 올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은행들엔 오히려 긍정적인 영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 다른 은행들이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경쟁을 벌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KB금융도 예상보다 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 대부분의 부실가능성들을 털어버리는 만큼 내년에는 방대한 영업망을 활용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4강체제가 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며 "리딩뱅크의 위상을 지키겠다"고 말해 새로운 경쟁에 뒤쳐지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우리금융은 경남은행(24조7000억원)과 광주은행(17조9000억원)이 분리 매각되면 자산이 300조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4위권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따라서 생존을 위한 자산확대 경쟁에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동안 각각 다른 이유로 M&A와 거리를 뒀던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또다시 M&A전에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부문에 대한 M&A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해외 금융회사 M&A에도 적극적인 입장이어서 내년 이후 어윤대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선 비슷한 규모의 4강 구도에선 출혈경쟁이 잦아들고 각 금융지주사들의 차별화 전략에 의해 금융산업이 안정을 찾아가는 구도로 변모할 것이란 긍정적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임원도 "과거엔 체급이 다른 은행들간에 경쟁이었기 때문에 출혈경쟁도 생겼지만 이제는 체급이 같은 은행끼리의 경쟁"이라며 "규모면에서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이젠 서비스 경쟁으로 승부를 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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