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방관이다]경험도 교육도 없다…불나면 허둥대는 현장 지휘관

제천화재 참사 지휘관 지휘역량 부재로 골든타임 놓쳐
간부후보생 한해 30명 선발…인력부족 탓 교육 미비
현장경험 없이 지휘관으로 발령 다반사
"국가직 전환, 인력확대로 교육프로그램 개선해야"
  • 등록 2018-01-15 오전 6:30:00

    수정 2018-01-16 오전 9:16:26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충북 제천소방서 소방관들이 헌화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현장 지휘관들의 대응 부실이 화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확한 상황판단 아래 신속한 지시를 내려야 할 지휘관의 늑장 대처 탓에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소방조직 안팎에서는 소방서장 등 지휘관들의 역량 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는 한 언제든 제2의 제천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부족한 소방인력을 하루 빨리 충원하고, 소방서장 등 일선 지휘관에 대한 교육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조단 “지휘관들 늑장 대응…상황전달 소홀”

소방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소방합동조사단은 지난 11일 제천체육관에서 최종브리핑을 열고 “신속한 초동대응과 적정한 상황판단으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해 지휘해야 하는 지휘관들이 상황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다”며 “인명구조 요청에도 즉각 반응하지 않은 부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을 직위해제하고 김익수 소방본부 상황실장,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2층 여성 사우나에 요(要) 구조자가 많다는 정보를 전해 듣고도 대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눈앞에 화재 진압에 급급해 건물 후면 비상구 존재조차 몰랐다. 화세가 누그러든 2층 일부 유리창은 구조대원이 도착한 4시6분 직후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전체 상황 장악에 소홀한 나머지 30분이 지나서야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 있었다.

합조단은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상구를 통한 진입이나 유리창 파괴를 통한 내부 진입을 지시하지 않은 건 지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인력부족 탓 경험도, 교육도 없이 현장지휘 맡기도

이번 참사가 지휘부의 부실 대응으로 결론이 나면서 현장을 통솔해야 하는 지휘관들의 역량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현장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소방위(6급)로 출발, 소방서장 등 고위직에 오르는 간부후보생 출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전체 소방서장 215명 중 간부후보생 출신은 72명으로 33.5%를 차지한다. 현장경험이 부족한 간부후보생 출신이 소방서 10곳 중 3곳 이상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규정상으로는 간부후보생의 경우에도 최소 1년 이상 현장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부족한 인력 탓에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부후보생 출신 김성훈(가명)씨는 “동기 중 75%가 현장 경험이 전무한 생초짜였다”며 “최소 1년 정도는 소방서 등에서 현장경험을 쌓으라는 지침이 있지만 실제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정업무가 쌓여 있다보니 현장에 보냈다가도 인력부족을 이유로 본부로 불러들이기 십상이다.

이같은 인력난에 더해 지휘관을 제대로 길러낼 체계적 교육이 부재한 것도 문제다. 강대훈 소방청 구급과장은 “소방조직이 급성장해온 탓에 신규 소방공무원을 제대로 훈련시키지 못한 채 현장에 내보내는게 사실”이라며 “처음 시신을 보거나 긴박한 상황에 투입됐을 때 도망나오거나 기절하는 대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계급에 맞는 지휘역량 전술전략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교육이 충분치 않다”며 “현장 진압전술, 인명구조 기법 응급처치술 등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화재발생시 적응훈련 등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교육 프로그램 등 정책을 기획하고 만들어야 하는 소방청 본청 직원은 189명으로 경찰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42년 만에 외청으로 독립했지만 인원은 단 8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들이 4만4000여명에 달하는 소방조직의 머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직 전환, 양적+질적 인력보완 시급”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직 전환을 통해 모든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양적, 질적 인력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각 시도 지자체장이 소방조직을 운영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일례로 서울시 소방본부가 가상현실 화재진압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 훈련에 활용, 큰 효과를 보고 있지만 타 지역으로 확산하기 쉽지 않다. 지자체장의 정치적 성향, 경쟁심리, 시도의 재정여건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타 시도를 벤치마킹하는데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소방조직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하면 중앙에서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전국에 도입하기가 쉬워진다.

이에 더해 인력 증원은 필수적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 구급대의 양적 충원과 더불어 신임 소방관들을 제대로 가르쳐서 내보낼 수 있는 질 높은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본부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며 “지금의 소방청은 머리와 심장이 없이 부실한 팔과 다리만 붙어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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