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사이드]①100세 장수시대가 비틀어 놓은 100년 기업 지배구조

'100년 기업' 후계자 바로 세워야
현대차, 정의선 후계 확정에도
보유지분 넘기기는 지지부진
LG, 창업세대 양보 '모범사례'
구본무·허창수 지배구조 확보
  • 등록 2016-07-05 오전 6:00:00

    수정 2016-07-05 오후 5:06:53

[이데일리 이진철 성문재 신정은 기자] 연 매출 83조원, 계열사 80여개, 임직원 12만 명을 둔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은 40여 년간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가락 경영’ 속에 좌지우지됐다. 그의 나이는 94세다. 지난 1967년 롯데제과 설립과 함께 출범한 롯데그룹은 내년이면 50주년을 맞는다.

인생에서 ‘지천명(知天命, 50살)’을 맞는 롯데의 민낯은 자식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고령의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다.

신 총괄회장은 ‘노익장’을 과시하던 원로 오너 경영인에서 치매약을 복용하는 ‘노인네’로 전락하며 정신문제를 둘러싼 법적 공방까지 겪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들의 분쟁으로 신격호의 ‘롯데 신화’는 급격하게 허물어져 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원인의 시작에는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후계자를 제때 세우지 못한 안일함에서 비롯됐다.

재계에는 고령의 나이에도 경영일선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오너 경영인들은 많지만, 후계구도를 확실히 매듭지어 놓은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삼성을 비롯해 신세계, 부영, 두산 등 자칫 자식이나 집안 간 경영권 분쟁으로 또 다른 불씨를 가진 셈이다.

팔순 현역.. 승계 미뤄 경영권 분쟁 ‘불씨’

국내 주요 재벌의 총수는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2세 경영인들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창업주의 손자인 3세 경영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후계자를 공식 지목하고 지배구조를 완성한 경우는 재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삼성, 현대차, 신세계 등 대기업일수록 후계체제 완성이 미흡하다.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에는 정몽구(78)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매일 아침 6시 양재동 사옥으로 출근하고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찾아 현장경영에 나설 정도로 노익장 경영을 과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후계 지배구조 완성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몽구 회장은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을 당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인 ‘왕자의 난’을 경험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이 고령의 나이로 판단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분쟁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몽구 회장은 일찌감치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후계자를 확정했지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정 회장이 현재 보유한 현대차(5.17%), 현대모비스(6.96%) 지분을 아들인 정 부회장에게 넘기는 것이 앞으로 후계 지배구조 강화에 중요한 과제다.

신춘호(84) 농심(004370)그룹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으로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키운 농심의 등기이사를 맡아 거의 매일 출근하며 경영을 돌보고 있다. 농심그룹의 지배구조는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함께 농심홀딩스의 대주주로 농심을 총괄하고 있다. 삼남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지휘하고 있다.

이수영(74) OCI(010060) 회장은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매일 서울 소공로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 출근해 아들인 이우현 사장과 함께 각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OCI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끌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사업장 현장방문에 나설 정도로 여전히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LG 창업세대 ‘아름다운 은퇴’ 본보기

현재 알려진 국내 최고령 경영인은 홍종열(98) 고려제강(002240) 명예회장이다. 1945년 고려제강을 창업해 무려 71년째 몸담고 있다. 그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에 출근해 아들들의 경영상 미숙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명예회장은 고희를 맞은 1988년 4명의 자식들에게 경영권 승계작업을 본격화했다. 장남 홍호정 회장은 고려특수선재, 차남 홍영철 회장은 고려제강을 각각 맡도록 했다. 삼남 홍민철 회장은 고려용접봉을 넘겨받았고, 넷째 홍봉철 회장은 자신이 1985년 창업한 전자랜드(SYS리테일)를 경영하고 있다.

강병중(77) 넥센타이어 회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2월 외아들인 강호찬(45) 사장이 강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가 되면서 오너 2세 체제에 본격 돌입했다.

재계에서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아름다운 은퇴의 본보기로 꼽힌다. 지난 1995년 2월 22일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구자경 당시 LG(003550) 회장은 “다가올 21세기 LG가 세계 초우량기업이 되기 위해서 이제부터는 젊고 의욕적인 사람이 그룹을 맡아서 이끌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구자경 회장이 은퇴를 선언한 사장단회의에서 허준구 당시 LG전선 회장도 “구 회장이 퇴진한다면 나도 퇴진하겠다”고 말하고 구씨·허씨 양가의 창업세대가 모두 동반 은퇴했다. 20여년 전 창업세대의 배려를 받으며 취임했던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 이슈를 사전에 차단했다. 이들은 현재 창업세대에게 물려받은 대로 그룹을 이끌 새로운 후계자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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