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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김 기사 운전해.” 고상한 말투를 가진 사모님의 직업은 ‘사모님’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모님에게 익숙한 직함이 생겼다. ‘미술관장’이다. 국내 기업들이 사세를 확장하며 뛰어든 일이 바로 미술투자이기 때문이다. 취미 삼아 하나둘씩 미술품을 수집하던 사모님은 ‘관장’이란 직함을 달고 나선 본격적으로 미술품을 사들이며 미술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모님은 왜 미술품을 사랑하게 됐을까.
국내 대기업 중 미술관을 운영하는 곳은 삼성과 SK, 현대, 대림, 금호아시아나, 코리아나, 애경 등 10여개에 이른다. 두산, 롯데, 신세계 등 갤러리를 운영하는 기업을 포함하면 수십개다. 미술관의 상당수는 오너의 부인이나 자녀, 여자형제 등 총수일가가 관장을 맡고 있다.
기업이 미술품을 사들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돈 많은 이들의 고상한 취미’로 볼 수 있다. 작품가격이 한점당 수억원에서 수십억, 수천억원에 이르는 미술품 수집 취미는 상당한 자산가가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특히 기업 총수일가 중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가 있다면 그 기업은 전통적으로 미술품에 대한 조예가 깊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서울대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했다.
하지만 기업의 미술품 수집이 단순히 취미나 자산관리의 차원이 아니라는 점은 이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일. 그동안 수많은 부정부패사건에 ‘미술품’이 관련돼 왔기 때문이다. 최근 대표적인 사건이 담철곤 오리온 회장 부부의 횡령사건이다. 2013년 회삿돈 300억원을 횡령해 유죄 확정을 받은 담 회장부부는 상당 금액을 미술품 구입에 사용했다. 당시 조사과정에서 담 회장 부부는 미국 유명 추상화가 프란츠 클라인의 회화 ‘페인팅 11,1953’을 회삿돈으로 구입해 집안에 걸어둔 것으로 밝혀졌다. 시가 55억원짜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미술품을 사들이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누구나 드나드는 사옥이나 소유 미술관에 유명작가의 미술품을 설치해 대중이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사회공헌·환원 목적에도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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