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임금피크제는 고령화 대책으로 대두했다. 이 제도를 통상 ‘시니어 사원 제도’로 통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80년대 급격한 고령화로 근로자의 고용기간 연장 필요성이 제기됐고 정년을 차례대로 65세로 연장했다. 그 대신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줄여 기업 부담을 덜었다.
일본 기업은 대체로 임금이 최고조인 55세 전후에 근로자가 스스로 퇴직 시기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장 한도인 65세 퇴직을 선택했을 땐 60세까지는 최고 임금의 70~80%, 60세 이후부터는 절반 수준을 받는 게 보통이다.
기업에 따라 운용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일단 퇴직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 등 회사마다 다른 제도를 운영한다.
최근 일본 경제는 엔화가치 하락에 힘입어 활력을 되찾는 듯 보이지만 인구고령화와 그에 따른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도입이 중·장기적으로 성공이라고 단정하기는 시기상조다. 고령 근로자의 활용 방안도 아직은 정착 단계로 보기 어렵다. 일본 내에서도 고령 근로자가 젊은이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과 오랜 경험과 지도 능력이 있다는 인식이 공존한다.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근속 30년 이후에는 숙련도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고 보고 승급을 정지시키고 있다. 특정 연령이나 근속 이후에는 호봉 승급이 정지돼 임금이 더 오르지 않는 ‘승급정지형’이다. 나이가 들면서 호봉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연공서열식 호봉제에서 탈피했다.
이는 정년 65세 연장을 위한 일종의 임금피크제이지만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줄이는 보통의 방식이 아니라 근로자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해 회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유럽과 미국에서 인식하는 임금피크제는 일본과는 다르다. 고령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임금을 줄이는 것이다. 복지의 성격이 짙다. 스웨덴 같은 유럽 복지국가를 시작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독일에서는 조업단축·근로시간계좌제 등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