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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공연 한 편 올리는 동안 룸살롱에만 4번 갔다.”
오랜 기간 공연계에 몸담아 온 A공연제작사의 관계자는 모 공연장 실무자를 일컬어 ‘악덕 중 악덕’이라고 표현했다. 공연을 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관’을 위해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찍히면’ 다음 대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이유다. 대관료 책정기준이 별안간 바뀌거나 규정을 벗어난 심사기준을 들이대도 항변조차 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보통 고급 룸살롱에서 이뤄지는 1회 접대비는 250만~300만원 선. 술자리가 길어지면 이보다 훨씬 더 들어간다. 이 관계자는 “어느 날 ‘술 한잔 해야지’라는 연락이 온다”며 “극장의 자체적인 심사만으로 대관이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관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는 매해 11월에서 1월 사이. 연말과 새해가 끼여 있어 티켓판매율이 가장 높은 ‘대목’이다. 이 기간에 위치와 시설이 좋은 극장을 차지하기 위한 공연제작사들의 경쟁은 당연히 치열하다. 문제는 경쟁의 잣대가 ‘작품’이 아니란 것. 대목을 앞두고 명절이나 기념일에 제작사가 극장에 선물을 보내는 건 예삿일이 됐다. C공연투자사 관계자는 “고급 선물세트를 보내기도 하고 일부는 현금을 몰래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공연이 흥행했을 때 대관 승인을 빌미로 공동주최 형식의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E공연투자사 관계자는 “티켓 판매금액이 당초 예상을 넘기니 은근슬쩍 추가금액을 요구하더라”며 “일종의 징수금인데 다음번 대관에 밀릴까봐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초대권 요구는 가장 흔한 ‘갑질’. 17년간 공연제작을 해온 K부장은 “100장까지 내놓으라고 한 적도 있다. 환산하면 1000만원을 넘긴다”며 “대관심사 규정이 투명하고 이를 준수하는 공정한 심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공연업계 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고 꼬집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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