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상장사 홈캐스트(064240)도 지난달 31일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를 정정했다. 멕시코에서 수주했던 장비공급계약금액을 35억9770만원에서 0원으로 변경한다고 내용이다. 현지사정으로 정부 입찰이 중단돼 계약 자체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이유에서다.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는 해마다 연말에 반복되는 ‘올빼미 공시’(주가에 불리한 내용을 폐장 이후 내놓는 행위)의 대표적 주인공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증시 폐장 이후에도 어김없이 계약해지·계약규모 축소·계약종료일 연장 등을 담은 정정공시가 쏟아졌다. 통상 계약기간이 연간 단위로 이뤄지는 탓에 부득이 연말에 공시를 낼수 밖에 없다는 기업들의 ‘항변’도 있지만, 해당 기업 주주 입장에서는 평온한 연말연시를 흔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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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10% 미만 계약은 ‘안 해도 되는 공시’
현행 공시규정상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는 전년도 매출액대비 계약금액에 따라 ‘의무공시’와 ‘자율공시’로 구분한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계약금액이 전년도 매출액의 10% 이상일 경우에만 의무공시대상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5% 이상이며, 이 중에서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은 2.5% 이상이다. 회사 매출 규모에 비례해 금액 기준도 높아지는 것이다.
예컨대 전년도 매출액 1000억원을 올린 기업이 100억원 이상의 판매·공급계약을 체결했을 때는 의무적으로 공시해야하며, 100억원이 되지 않으면 굳이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대부분 상장회사들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자율공시란 이름으로 ‘시키지도 않은 공시’를 자발적으로 내놓고 있다. 자율로 공시했더라도 계약내용이 변경되면 공시의무가 발생, ‘정정공시’를 해야 한다. 연말에 나오는 정정공시 대부분은 바로 이러한 형태다. 홈캐스트도 최초 공시(2013년 3월 29일)는 굳이 공시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공시 사항이었다. 계약금액(35억9770만원)이 직전년도 매출액(1614억4400만원)의 2.23%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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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조건 담은 ‘기타 투자판단사항’ 중요하나 의무사항아냐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는 제목처럼 상품을 파는 ‘판매’와 용역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 계약으로 나뉜다. 공시 1번 항목 ‘판매·공급계약의 내용’이란 항목에서 어떤 형태인지 밝힌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나 언론에서는 공시의 2번 항목인 ‘계약 내역’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계약금액이 제시되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금액이 언제, 얼마나 회사의 매출로 인식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항목을 필수적으로 봐야 한다.
5번항목의 ‘계약기간’은 계약의 종류에 따라 천자 만별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조선업체는 계약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매출에 최종적으로 인식되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우원개발의 경우 최초공시(2011년 9월 26일)에서 계약기간을 2011년 9월23일부터 2014년 12월29일이라고 밝혔다. 3년 하고도 3개월이 더 걸리는 사안이었다. 실제 계약진행도 더뎠다. 2012년 9월20일까지 공사는 10.9% 진행됐고 공사수입도 계약금액의 10.9%인 21억3500만원만 들어왔다. 1년이 지난 2013년 9월 2일에도 진행상황은 여전히 10.9%였다. 이 기간 공사가 ‘스톱’된 것이다. 결국 이 금액은 회사가 지난달 30일 정정공시한 최종 계약금액으로 굳어졌다. 애초 공시한 계약금액의 10.9%만 받고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계약금액 50%이상 변경하면 ‘불성실공시법인’ 가능성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는 최초 공시한 계약금액의 50% 이상을 변경하는 정정공시를 내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를 하고,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유무를 가리게 된다.
현행 공시규정상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사유는 크게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이며, 계약체결 공시 정정은 주로 ‘공시변경’에 해당한다.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 외에도 △영업양수도 금액 50% 이상 △합병·분할비율 20% 이상 △증자 배정비율·발행주식수·발행금액 20% 이상 △주식배당비율 20% 이상 변경 등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대상이다.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를 냈다가 신고한 주식수보다 적은 주문을 냈을 경우도 대상이 된다.
다만 ‘해당법인이 귀책사유가 없음을 입증하거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적용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공시변경’ 사유로 불성실법인에 지정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투자자에게는 영향을 미치는 공시임에도 현실적으로 강제 수단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홈캐스트와 우원개발 역시 최초 공시한 계약금액의 50% 이상을 변경한 케이스지만, 각각 계약상대방의 사정으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한국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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