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불편한 손님

  • 등록 2014-04-04 오전 7:59:12

    수정 2014-04-04 오전 7:59:12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올해는 유난히 벚꽃이 일찍 피었다. 겨울옷도 제대로 정리할 새가 없던 와중에 이미 분홍빛 꽃잎이 거리에 흩날린다. 주말 꽃구경 계획이라도 세워보려던 찰라, 곧바로 찾아온 봄비와 꽃샘추위에 꽃잎이 모두 떨어질 것만 같다. 올해 벚꽃은 마치 너무 일찍 집을 찾아온 집들이 손님처럼 환대하고 싶지만 불편했다.

벚꽃은 계절의 분위기를 싹 바꾼다. 거리의 풍경과 사람의 옷차림을 바꾸고 무언가 희망적인 것들이 마음속에 자리하게 한다. 너무 일찍 져버린다는 게 흠이지만, 때맞춰 구경에 나섰을 때 얻을 수 있는 추억거리들은 ‘벚꽃’이란 종목을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았을 때 얻은 차익과 같은 것일 터다.

증시에서도 불현듯 외국인이 찾아왔다. 불과 열흘 전에는 1930선에서 머물던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2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와 중국 내 경기부양 기대감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도가 유지되고 대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맞으리란 전망에 지수는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 점은 있다. 이들 외국인은 지난 7거래일 동안 매수자금의 60%를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에 쏟아붓고 있다. 벚꽃이 연인들의 전유물이듯 갑작스레 몰아친 외국인 순매수세도 대형 수출주만 웃게 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우리 증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편중이 심각한 상황인데, 외국인의 편식도 이런 구조를 고착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좀 더 이어지면 SK하이닉스(000660)현대모비스(012330), 기아차(000270) 등 시가총액 상위의 ‘전차주(電車株)’ 편중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중소형주, 내수주의 계절이 급작스레 외국인 매수세로 대형주, 수출주의 계절로 바뀐 듯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전하는 이야기들도 바뀐 계절에 새 옷 갈아입듯 할 것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만개한 벚꽃이 순식간에 사라지듯, 달아오른 증시도 금방 식어버릴 수 있다. 박스권을 시원스레 돌파할만한 대단한 모멘텀도 없고 환율 변수가 받쳐줄지도 미지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은 환대하고 싶지만 불편한 손님이다. ‘벛꽃엔딩’을 준비하듯 그들이 떠날 때를 준비하는 것도 투자자로선 염두해둬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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