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계절의 분위기를 싹 바꾼다. 거리의 풍경과 사람의 옷차림을 바꾸고 무언가 희망적인 것들이 마음속에 자리하게 한다. 너무 일찍 져버린다는 게 흠이지만, 때맞춰 구경에 나섰을 때 얻을 수 있는 추억거리들은 ‘벚꽃’이란 종목을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았을 때 얻은 차익과 같은 것일 터다.
증시에서도 불현듯 외국인이 찾아왔다. 불과 열흘 전에는 1930선에서 머물던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2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와 중국 내 경기부양 기대감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도가 유지되고 대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맞으리란 전망에 지수는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 점은 있다. 이들 외국인은 지난 7거래일 동안 매수자금의 60%를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에 쏟아붓고 있다. 벚꽃이 연인들의 전유물이듯 갑작스레 몰아친 외국인 순매수세도 대형 수출주만 웃게 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우리 증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편중이 심각한 상황인데, 외국인의 편식도 이런 구조를 고착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중소형주, 내수주의 계절이 급작스레 외국인 매수세로 대형주, 수출주의 계절로 바뀐 듯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전하는 이야기들도 바뀐 계절에 새 옷 갈아입듯 할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은 환대하고 싶지만 불편한 손님이다. ‘벛꽃엔딩’을 준비하듯 그들이 떠날 때를 준비하는 것도 투자자로선 염두해둬야 할 몫이다.
▶ 관련기사 ◀
☞삼성전자, 실적·주가 바닥 통과중-아이엠
☞삼성 "애플, 미사용 특허 3건으로 손해배상 부풀려"
☞국내 연구진, 반도체웨이퍼 크기 그래핀 합성기술 세계최초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