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토요일 저녁. 한 홈쇼핑 채널에서는 몸에 붙는 슬림핏 청바지를 착용한 남자 쇼호스트의 제품 설명이 한창 이어졌다. 그가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사이에 남성용 청바지 32사이즈는 매진됐다. 이날 ‘슬림핏 청바지’를 구매한 주요 고객층은 10~20대 젊은 고객이 아니었다. 연령대별 판매기록을 살펴보니 40대가 42%, 50대가 33%로 과반을 넘게 차지했다.
‘청바지=젊은층 옷’이라는 과거 공식이 깨지고 있다. 블루진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왔던 40~50대 아저씨들이 최근들어 다시 청바지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큰’ 청바지 대신 몸에 딱 붙는 블루진을 찾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패션업계는 비즈니스 캐주얼 확산과 더불어 장동건·김수로·차승원 등의 꽃중년 스타들이 청바지를 입고 자주 등장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001300) 갤럭시라이프스타일은 40~50대 남성을 위한 전용 청바지를 내놔 이번 열풍에 동참했다. 이 제품은 20~30대에 비해 배가 나오고 몸매가 흐트러진 중장년층에 맞춰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뒷주머니 위치를 엉덩이 위쪽으로 끌어올려 날씬해 보이면서도 힙업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체형 보완에 신경을 썼다. 사이즈 또한 39인치까지 확대해 넉넉하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가격대도 15만9000원에서 18만9000원 사이로 책정해 대중성을 고려했다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다. 틈새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이 청바지는 최근 1~2년새 판매가 급증하면서 갤럭시 라이프스타일의 주력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봄·여름 시즌 초기 물량인 5000장 가운데 3000장이 이미 판매됐다. 일부 라인은 추가 주문해 총 1500장 정도 재생산에 들어갔다. 지난해 총 생산물량이 4500장인 점을 고려하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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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 뱅뱅 남성용 청바지 불티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기존 바지보다 몸에 붙게 나와 30대 고객들을 주 타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중년 남성 고객들이 70% 넘게 주문해 깜짝 놀랐다”면서 “인기가 좋았던 만큼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바로 방송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비해 남성들의 패션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청바지 열풍의 한 이유다. 특히 청바지 소재와 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연령층 파괴에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5일 근무 시대를 맞아 청바지가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고, 가벼운 캐주얼 정장에도 잘 어울려 중장년층의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구매력을 갖춘 이 세대는 체형과 이미지에 어울리는 청바지를 입기 위해 40만~10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 청바지를 구입하는데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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