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혼한 남편을 살해하려 한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양진수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방화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고 13일 밝혔다.
|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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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3일 오후 11시쯤 전북 김제시에 있는 전 남편 B(59)씨의 집에 불을 질러 B씨를 살해하려고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당시 갑작스러운 화재에 잠에서 깨 집 밖으로 뛰어나와 목숨을 건졌지만, 다리 등에 큰 화상을 입었고 집 전체로 불이 번져 21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봤다.
검찰은 A씨가 이혼 이후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은 점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A씨와 B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과 딸을 낳았는데, A씨는 이혼 이후 홀로 자녀를 양육하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혼 당시 미성년 자녀인 딸에 대한 양육비로 A씨에게 월 30만원을 주기로 했으나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이러한 사정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3~4주 동안 치료가 필요한 화상을 입는 정도에 그쳤지만, 사람이 현존하는 건물에 대한 방화는 무고한 다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범죄”라며 “계획적인 살인 범행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과 이혼하면서 피고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양육비를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고 사건 며칠 전 피해자에게 양육비를 달라고 찾아갔으나 거절당한 것이 발단이 된 점,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오랫동안 가정폭력을 당했던 점 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도 자신이 범행을 유발한 점에 책임을 느껴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점 등을 종합해 원심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