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딸’ 목졸라 죽인 78세 父 “어린 손주 인생 망칠까 봐…”

  • 등록 2021-06-21 오전 7:41:05

    수정 2021-06-21 오전 7:41:05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정신 질환인 조현병을 앓던 40대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70대 아버지가 “딸의 증세가 악화해 어린 손주의 앞날이 걱정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지난 20일 대구지검 포항지청과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78)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20일 경북 포항 자신의 자택에서 미리 준비한 노끈으로 40대 딸을 살해했다. 이후 부인과 함께 딸의 시신을 마대에 남았다.

딸의 사체를 숨기는 데 어머니인 A씨의 부인도 거들었다. 노부부는 집 근처 야산에 딸의 시신을 묻기 위해 큰 구덩이를 팠지만, 옮기는 일이 쉽지 않자 장의사를 불렀다.

A씨 부부는 장의사에게 “자고 일어나니 딸이 죽었다”며 매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의사는 “집에서 병으로 죽어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절차를 알려준 뒤 돌아갔다.

A씨는 장의사의 말대로 다음 날 오전 8시쯤 112에 전화를 걸어 “자고 일어나니 딸이 죽어 있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사체의 목 졸린 흔적을 발견해 A씨를 추궁했고 자백을 받아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딸의 증세가 점점 악화됐고 딸이 낳은 손주의 앞날이 걱정돼 살해했다”며 “나이가 많은 나와 아내가 먼저 죽으면 딸이 손주 인생을 망치게 할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A씨의 딸은 2013년 조현병을 진단을 받았고, 약 5년 전 자신의 자녀와 함께 친정에 들어와 부모와 함께 산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현재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현병은 뇌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신경정신질환의 일종으로, 환자는 피해망상과 환청이나 환각, 행동 이상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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