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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본 언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도시바가 낸드사업부 매각 대상자로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사실상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쟁은 애초 도시바와 합작관계인 웨스턴디지털(WD)의 신(新) 미·일 연합을 비롯해 대만 홍하이 컨소시엄까지 삼파전으로 진행됐다. 도시바는 여러 차례 저울질과 갈짓자 행보 끝에 결국 맨 처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던 한·미·일 연합의 손을 들어줬다. 최대 고객사로서 ‘실력 행사’에 나선 애플이 손을 들어준 컨소시엄이 결국 마지막에 승자가 됐다.
◇‘수퍼사이클’ 탄 낸드 시장, 순위 요동치나
현재 세계 낸드 시장은 모바일 기기의 급속한 보급 확대와 사물인터넷(IoT)의 발전, 폭증하는 데이터로 인해 저장장치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융·복합’을 기치로 내건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 데이터 저장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16.1ZB(제타바이트)였던 세계 데이터 양은 2025년 163ZB로 10배나 늘어날 전망이다. ZB는 테라바이트(TB)보다 상위 단위로, 1ZB는 1024TB, 고화질 영화(2GB) 5000억편 분량에 달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의 도시바 인수가 확정됨에 따라 이 순위는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WD가 도시바와 기술을 제휴하며 공동으로 공장(Fab)을 운영해 왔는데, 이 협력관계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영 참여보다 경쟁자 견제 포석”
물론 일본 내 ‘반한(反韓) 정서’를 고려할 때 SK하이닉스가 직접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2~3위권을 형성하고 있던 도시바와 WD의 입지가 흔들리고,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영업망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현재 4~5위권을 오가던 순위를 3위 안으로 높일 수 있다. 이번 인수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도 이런 측면에서 승부수를 던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또 다른 변수다. 애플은 도시바 낸드사업부의 최대 고객인 애플은 이번 인수경쟁에서도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다가 결국 한·미·일 연합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낸드 시장이 현재 3개 업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만 남은 D램 시장처럼 지금보다 더 적은 업체가 경쟁하는 상항으로 재편될 경우 자신들의 협상력이 약화돼 가격이 인상될 것을 우려한 투자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번에 최소 3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만큼 향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중요한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일단 다른 주자가 도시바 경영에 참여하는 상황을 막아냈다”며 “향후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의 지분을 약 15% 정도 확보할 경우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대신 웨스턴디지털이나 다른 업체에 대한 견제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