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개인금고 시장이 뜨고 있다. 백화점, 홈쇼핑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가격을 낮춘 덕에 소비자층이 크게 넓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세금징수 조사를 강화하자 체납자들이 세금징수를 피하기 위해 개인금고를 찾기 시작한 것도 시장 급성장의 원인이다.
| 개인금고 판매 증가율. 자료=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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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개인금고 시장은 약 400억원으로 2013년 300억원 규모에서 2년만에 100억원이 늘어났다. 금고업계 1위는 선일금고로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뒤이어 범일금고와 디프로매트가 각각 10% 씩을 점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100여 개에 달하는 중소업체들이 나눠먹고 있다.
선일금고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350억원으로 전년대비 40% 급증했다. 권영석 선일금고 차장은 “개인금고의 판매 증가가 기업의 경영실적 호조를 견인했다”며 “유통망 확대로 백화점과 홈쇼핑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디프로매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163억원으로 전년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마진율이 높은 개인금고 판매가 늘면서 영업이익은 8억원으로 67% 급증했다.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도 지난해 개인금고 판매가 24%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행한 5만원권은 총 20조원이며 회수율은 40%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개인 금고에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한 병원 관계자는 “개인병원을 차리는 의사들 사이에서 개업 필수품으로 ‘개인금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귀띔했다.
| 지난 2011년 일본 동일본대지진 당시 쓸려온 개인금고들. 사진=프로세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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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저금리 기조 또한 개인금고 수요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개인금고를 마련한 공연기획사 대표 B씨는 “지금같이 저금리 시대에 은행에 돈을 맡겨봤자 이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번거로워 개인금고에 귀중품을 보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금고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금고 업체들은 개인금고 시장성장에 발맞춰 일반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선일금고는 올해 상반기 스마트홈 앱을 통해 금고 상태와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디프로매트는 지난해 5월 20만원대 ‘뉴크리스탈 시리즈’를 출시했다. 부담없는 가격에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 선일금고의 ‘루셀’. 사진=선일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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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금고를 사용하는 주요 고객은 40~50대 여성들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최근 화려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개인금고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선일금고의 베스트셀러인 ‘루셀’은 광택이 나는 기본적인 검정색 제품부터 구스타프클림트의 ‘키스’가 그려진 제품까지 30여 종의 다양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큰 인기다.
| 디프로매트의 ‘뉴크리스탈 시리즈’. 사진=디프로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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