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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샷법을 제안한 건 현행법으로는 정상 기업에 대한 선제적·자율적 구조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통합도산법으로 이뤄져 왔는데 이는 부실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후적인 구조조정이 특징입니다. 그러니까 이들 법으로는 부실기업이 되려고 하는 정상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것이죠.
이를테면 기존 법으로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C나 D등급이 돼야만 구조조정을 할 수 있지만 원샷법은 A나 B등급인 정상기업도 주무부처나 민관합동 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업재편 승인을 받으면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쟁점은 법 적용대상에 대기업을 포함하느냐 마느냐입니다. 야당은 지금껏 대기업은 전부 제외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지난 23일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에 한해서는 허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삼성 중공업은 포함해도 삼성전자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업종 제한 없이 대기업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정부·여당과는 정반대 입장인거죠.
그런데 정부·여당이나 야당이 각각 주장하는 대기업 포함 여부에 대한 이유가 명쾌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모두 그 예로 ‘삼성’을 들었지만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 허술한 논거를 늘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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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실 어렵다. 작년초 중국에서 1등 했던 삼성 휴대폰이 연말에는 3등으로 내려왔다. 1년만에 중국 시장 1위에서 존재가치가 없는 브랜드로 떨어졌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기업 규모를 제한한다는 자체가 시장에서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삼성 휴대폰이 중국 시장에서 3위로 떨어졌다고 했는데 그러면 휴대폰 시장도 공급과잉이니까 원샷법 대상인거네”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
“삼성전자 휴대폰이 1등에서 3등으로 내려왔다고 해서 (공급과잉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고 지속적으로 수요 회복이 예상되지 않거나 업종 특성상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경우다. 휴대폰은 라인을 갈 수 있는데 철강의 경우 고로를 수요변화에 따라 대응할 수 없지 않나” (이관섭 산업부1차관)
이들의 대화를 보면, 먼저 정부 측은 중국시장서 삼성 휴대폰이 1년 만에 1위에서 3위로 추락한 예를 들어 보이며 대기업도 원샷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합니다. 홍 의원이 삼성전자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느냐고 하니까 번복하며 철강이 해당한다고 하죠. 그런데 철강은 이미 대기업을 포함시키겠다고 야당이 양보한 업종입니다. 결국 정부 측은 타 업종에도 대기업을 포함시켜야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꼴이 됐죠.
야당은 대기업 제외 이유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만 나타냅니다. 백재현 의원은 “시기적으로 지금이 재벌3세로 대기업이 넘어가는 때”라고도 합니다. “이미 원샷법은 대기업도 그렇게 원하지는 않을 것”(야당 측 한 관계자)을 알면서도 말이죠. 야당이 우려한 대기업 악용 방지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야당이 조선·철강·석유화학 등은 대기업도 포함해 주겠다고 한 게 아닐까요.
이처럼 원샷법 적용 대상에 대기업을 왜 포함해야하고, 왜 제외해야하는 지 그 이유가 명쾌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정쟁만 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대기업 포함 여부에 대한 또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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