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권한을 틀어쥔 만큼 외풍 또한 거셌다. 검찰총장 2년 임기제는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1988년 12월 도입됐다. 그러나 이후 18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무사히 마친 이는 6명에 불과하다. 임기제 검찰총장 3명 중 2명이 2년의 짧은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권과의 불화나 개인적인 잡음으로 사퇴한 이도 있었지만 ‘조직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운 후배들에게 등떠밀려 옷을 벗은 이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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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임기를 모두 채운 이는 초대 임기제 검찰총장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22대), 정구영(23대), 김도언(26대), 박순용(29대), 송광수(33대), 정상명(35대) 등 6명뿐이다. 정상명 총장이 2007년 11월 퇴임한 이후 후임자 중 임기를 채운 사람은 여지껏 없다. 역대 최단명은 3개월 3일만에 물러난 김두희(24대·1992년 12월~1993년 3월)총장이다. 김 총장은 임기제로 전환된 후 처음 중도사퇴한 총장이란 기록도 함께 남겼지만 검찰총장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한 것이어서 임기 중 낙마한 다른 총장들과는 경우가 다르다.
첫 호남출신 검찰총장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태정 검찰총장(제28대)도 김 전 장관과 같은 길을 걸었지만 결말은 달랐다.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한 직후 배우자가 ‘옷로비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15일 만에 낙마했다. 제30대 신승남 총장은 동생 승환씨가 ‘이용호 게이트’에 엮여 구속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DJ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김각영 총장(32대)은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 이후 검찰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자 사표를 던졌다. 취임 4개월 만이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던 채동욱 총장(35대)은 엉뚱하게도 ‘혼외자 파문’에 시달리다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직 위해 용퇴”…정권과 불화로 사직도
검찰총장의 사직서는 정권에 대한 검찰 조직의 불만을 표현하는 도구로 자주 사용됐다. ‘검찰조직을 위해 용퇴해 달라’는 후배들의 요구에 밀려 사퇴한 경우도 여럿 있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수사를 놓고 “불구속 수사하라”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사퇴한 김종빈 총장(34대)가 그런 케이스다.
김준규 총장(37대)의 사퇴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2011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형사소송법에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검·경 수사권조정안을 통과시키자 검찰은 강력 반발했다. 이튿날인 6월29일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시작으로 검찰간부들이 항의의 표시로 줄사표를 냈고 결국 김 총장도 임기만료를 고작 37일을 앞두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
한상대 총장(38대)은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추진하려다 당시 채동욱 대검 차장, 최재경 대검 중부수장 등 ‘특수통’들이 반발하면서 내분을 겪었다. 후배들에게 발목이 잡힌 한 총장은 중도 퇴진한 검찰 총수 명단에 11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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