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식(式) 불황 속 성공 경제학

“옷은 패션 아닌 생필품”
싸구려=나쁘다 등식 깨다
  • 등록 2012-11-30 오전 8:40:23

    수정 2012-11-30 오전 9:35:12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불황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도 팔리는 물건은 팔린다.

유니클로의 겨울용 재킷 ‘후리스’는 일본경기 침체가 심각했던 1998~2000년 당시 3650만장이 팔려나가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대부분의 의류회사가 문을 닫거나 경영난에 허덕이던 그해 유니클로는 일본내 선두 기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 때도 유니클로만은 예외였다. 가을부터 판매를 시작한 보온내의 히트텍이 대히트를 쳤다. 가격은 불과 1000엔 남짓. 준비한 2800만장이 모두 동났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2009년 8월 결산에서 1년간 매출 6850억엔, 영업이익 1086억엔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최근들어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내 패션업계의 시선도 ‘유니클로’에 쏠려 있다.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매년 매출 신장률이 60%를 웃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니클로의 성장 배경에는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63)이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야나이 회장을 일컬어 “요즘 같은 불황에도 돈을 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쉽게 살 수 있는 옷 팔아라

“옷은 패션이 아닌 생필품이다.” 유니클로는 야나이 회장의 이 같은 철학을 의류에 그대로 적용했다. 자라(ZARA)가 다양성으로, 에이치엠(H&M)이 디자인으로 각각 승부수를 띄웠다면 유니클로는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을 싸게 파는 것에 주력했다.

유행을 좇으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입는 기본형 티셔츠, 니트, 청바지 등에 공을 들인 것. 이 같은 전략은 자연스레 10~60대 소비층까지 끌어들였다. 타 제품과 달리 로고를 드러내지 않은 점도 전 연령층이 소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주력 아이템은 그해 트렌드에 맞춰 소재, 색상,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는 식으로 개발비를 최소화했다.

판매 전략도 남다르다. 매장 내 직원이 손님에게 구매를 권유하는 일이 없다. 다소 부담스럽게 따라붙는 직원도 없어 서점에서 책 고르듯 편한 쇼핑이 가능하다.

똑같은 상품·가격 유지하라

패션계 맥도날드라는 개념도 유니클로에서 나왔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똑같은 빅맥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유니클로 매장에서는 같은 시즌에 표준화된 상품을 동일한 가격(환율 적용)에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품질면에서는 ‘싸구려=나쁘다’는 등식을 깼다. 저가격·고품질·고기능은 야나이 회장이 1984년 일본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1호점을 낼 때부터 지켜온 경영철학으로 제조부터 생산, 판매까지 직접하되 글로벌 분업체제를 둬 품질을 강화했다. 대량 생산하면서도 치밀한 수요 예측으로 재고를 남기지 않는 ‘반응생산’은 유니클로만의 강점이 됐다.

9패1승 전략 펼쳐라

유니클로도 손 대는 사업마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1997년 시장 확대를 위해 ‘스포크로’ ‘패이크로’라는 브랜드 의류를 판매하다 1년만에 접었다. 2002년 유기농 야채판매점을 했다가 28억엔의 손실을 안고 손을 뗀 전력도 있다.

야나이 회장은 “경영자가 연전연승했다면 새로운 것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실패했을 때 빨리 인정하고 수습해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니클로는 현재 12개국에 1000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4000개 매장서 매출 5조엔(약 71조5000억원) 이상, 국내서는 300개 매장에서 매출 3조원을 올린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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