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에서 보면 이들 그룹의 인사는 모두 '쇄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각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그에 맞는 다채로운 '색깔'의 인사가 실시될 전망이다.
◇ 삼성은 '미래', LG는 '사기진작'.."인사폭은 크게"
앞서 이뤄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사장에 대한 사장 승진 결정과 김순택 부회장의 그룹 컨트롤타워 책임자 선임, 이학수,김인주 등 과거 삼성 핵심 인사의 퇴진은 '미래'를 위한 사전포석이자 이번 인사의 성격을 규정하는 '예고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회장이 '젊은 인재'를 강조함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는 '과거와의 단절'을 통한 새로운 삼성의 밑그림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삼성그룹의 후계 승계작업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이를 뒷받침할 조직의 인선작업이 있지 않겠냐"며 "동시에 신사업 발굴을 위한 창의적인 인재들의 발탁인사도 대거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LG(003550)그룹의 정기 인사는 '사기진작'을 위한 인사가 될 전망이다. 대표 계열사인 LG전자(066570)의 실적 부진으로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맏형인 LG전자를 대신해 LG화학이 실추됐던 명예 회복에 어느 정도 기여한 만큼 이에 대한 보상 인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본무 LG회장이 최근 "이번 정기인사를 큰 폭으로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라 예년에 비해 큰 규모의 승진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전자의 경우 이번 인사를 통해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판 짜기'에 주력할 전망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TV·휴대폰 사업부의 CEO 교체와 조직개편이 있었던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나머지 사업부 CEO및 해외 지역본부장들의 대규모 자리이동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승진 대상에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 현대차그룹 "R&D·품질 강화 인사", SK는 '정중동(靜中動)인사'
올해를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았고 해외 시장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만큼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연말 인사는 예년과 같이 12월말쯤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던 만큼 내년에는 이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 그룹 내부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차에겐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바로 현대건설 인수전과 비정규직 파업 등이다.
우선 현대건설 인수전의 경우,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의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을 요구한 만큼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따라서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한 결론이 완전히 나기전까지 인사를 단행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전의 최종 결과에 따라 문책성 인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에 정보싸움에서 패배한 만큼 인수전에 참여했던 임원들을 중심으로 인사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논리다.
아울러 현재 진행중인 비정규직 파업도 올해 인사에 있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노사관계가 항상 그룹의 가장 큰 과제였던 만큼 이 문제가 어떤식으로 해결되느냐에 따라 연말 인사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아직 현안이 산적한데 벌써 인사준비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며 "모든 문제가 말끔하게 정리된 이후에 인사를 단행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도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SK(003600)는 이번 인사에서 예년에 비해 적은 규모의 이동이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중국 사업 확장에 대해 잇따라 강조하면서 이에 따른 변동 및 보강 인사가 예상된 바 있었으나 올해의 경우에는 SK에너지 분사 외에는 별다른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등기이사(임원)의 경우 통상 3년까지 재추대없이 연임이 가능한데 현재 구자영 SK에너지(096770) 사장, 정만원 SK텔레콤(017670) 사장, 이창규 SK네트웍스(001740) 사장 등 주력 계열사 사장단이 지난 2009년 3월 선임된 터라 2012년 3월까지는 이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SK차이나 물갈이 인사와 관련해서도 "예년에도 나왔던, 사업 성과가 안 나니까 갈릴 것이다"라는 상식선의 전망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 회장이 최근 언급했듯이 중국 사업은 3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니 만큼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통상적인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올해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최재원 부회장의 발탁 가능성도 적고, SK가스와 SK E&S 사장단도 지난해 바뀌었기 때문에 이동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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