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주요 의혹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전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받아 당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고발장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또 관련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제보자에 대해서는 “조작을 한 경험이 많다. 누군지 밝혀지는 순간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는지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이날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언론에 보도된 고발장 등에 대해 “작성자와 출처가 없는 소위 괴문서”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도 언론 제보자를 저격했다. 그는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이 사람이 공익제보자가 되면 이게 공익 제보 취지에 맞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이진동 발행인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제보자는) 대선캠프에 있지 않다”면서 “저나 취재했던 전혁수 기자가 이미 밝혔지만 국민의힘 측 사람이다. 여기까지 저희들이 밝혔다. 그 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재차 부인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손준성 검사가 그런 일을 했다면 관리 책임에 대해 국민께 사과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며 “다만 그것이 직접 (고발) 사주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만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문서의 진위나 김 의원이 연루된 문서 전달 과정 등은 그들만의 진실게임”이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도 고발 사주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지난해 8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을 때 참고자료가 된 초안이 정점식 의원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었다. 당무감사실은 이를 당 법률자문위원인 조상규 변호사에 다시 전달했다. 조 변호사의 ‘최강욱 고발장’ 초안은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손준성 검사가 지난해 4월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초안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 사주가 실제 당의 고발까지 이어졌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처럼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실체 규명이 멀어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차원의 검증 조직인 공명선거 추진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에게 고발장과 자료를 전달한 인물을 특정하려면 김 의원의 휴대전화를 조사해야 하지만 김 의원이 휴대전화를 교체했고, 텔레그램 대화방을 폭파한 데다 이 인물이 손준성 검사라 하더라도 당시 사용했던 컴퓨터를 조사하는 것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당 안팎에선 진실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민주당 “‘법꾸라지’ 김웅, ‘무소불위 검사’ 윤석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손준성 검사와의 안부문자는 또렷하게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불리한 것은 기억나지 않고, 유리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의 기자회견은 겸손한 자세로 사실을 밝히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기자회견이 아니었다”며 “‘괴문서다’, ‘공작하지 말라’, ‘내가 그렇게 무섭냐’ 등 국민들 앞에서 화가 잔뜩 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지도자의 언어와 태도가 아닌, 무소불위 특수부 검사로 살아온 권력자의 언행”이라고 꼬집었다.
장경태 원내부대표는 “김웅 의원은 이번 기자회견으로 ‘법꾸라지’의 능력을 선보였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김 의원은 윤 후보 측에 내가 이 정도 했느니 나는 빼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윤 후보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치열한 폭탄돌리기를 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