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카드사를 통해 신청이 가능한 만큼, 기존 카드사의 점유율에 따라 재난지원금 신청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통장 잔고를 기반으로 사용하는 ‘체크카드’를 통해 ‘실제 입급됐다’는 심리적인 요인, 또 주거래 은행 효과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청 순위와 시장점유율 순위 엇갈린 행보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날인 지난 11일 카드사별 신청 건수와 금액은 신한카드가 약 38만4000건과 2556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KB국민카드 32만3000건(2179억원) △NH농협카드 23만1068건(1538억원) △삼성카드 21만건 (1435억원) △우리카드 17만5000건(1141억원) △현대카드 14만5000건(1037억원) △하나카드 9만6000건(658억원) △롯데카드 7만8000건(567억원) 순이었다. 우리카드는 카드 발급·결제 등 전 프로세싱 체계를 BC카드에 전면 위탁하고 있으며, NH농협카드도 자체 발급하는 ‘채움’ 카드와 BC카드에 위탁한 ‘농협BC카드’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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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가 예상대로 많았지만, 3위인 KB국민카드가 두번째로 많았고, 가려져 있던 NH농협카드도 급부상했다. 반면 업계 2위이자 전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는 재난지원금 신청이 4번째로 밀렸다. 점유율 6위인 우리카드가 4위인 현대카드보다 지원자가 많았던 점도 특이한 경우다. 신한 뿐 아니라 KB국민·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의 순위가 높은 셈이다.
재난긴급생활비 선불카드 통한 선점효과도
일단 은행 계좌 효과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내 지배적인 시각이다. 재난지원금은 카드 포인트 형태로 주지만,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입금되는 상상이 계좌와 연결돼 있는 은행계 카드를 먼저 떠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은행계 체크카드 신청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체크카드 발급 수는 NH농협카드의 체크카드(2755만8000장)가 업계 1위인 신한카드(2099만6000장)보다 오히려 많다.
선점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중위소득 100% 이하의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한 재난긴급생활비 선불카드의 경우 신한카드를 통해 이뤄졌고, 경기도가 전 주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한 재난기본소득을 선불카드로 받는 경우 NH농협카드가 독점적으로 발급했다. 이런 경험이 이번 전국 단위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긴급재난지원금 첫 신청 대상인 출생년도 끝자리 숫자 1 또는 6인 세대주들 중 전국 180만7715가구에서 카드사 신용·체크카드를 통해 총 1조2188억원이 신청됐다. 지난 12일까지 이틀 동안 누적 375만9245가구에서 2조5253억원을 신청했다. 전체 2100여만 가구의 약 18% 수준이다.지역별로는 서울(22.1%)·경기(26.4%) 등 수도권이 약 48.5%, 이밖의 지방 전체가 51.5%의 비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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