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특명 "변하라"…현대차, 북미·中·신흥시장 대응 전략 전면 수정

해외 법인장 회의 핵심 쟁점은…북미·중국·친환경
업계, 내년 판매 목표량 820만대 예상
법인장 회의 기간 늘고 형식 바꿔 토론의 장으로
  • 등록 2016-12-20 오전 6:00:00

    수정 2016-12-20 오전 6:00:00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제공.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의 해외 법인장 전략 회의의 키워드는 ‘변화’였다. 올들어 정몽구 회장이 공식적인 석상에서 ‘변화’를 강조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주의 강화에 따른 북미 시장과 현지 기업들의 약진으로 정체되고 있는 중국 시장 등 각 지역별 변화 사항을 체크하고 이에 맞게 판매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특히 과거 형식적인 회의에서 벗어나 한 주제로 놓고 60여명의 법인장들이 머리를 맞대는 토론을 통해 현실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2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해외 법인장 60여명이 서울 양재동 사옥으로 출근해 내년도 사업계획과 전략을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까지 진행한 회의 결과를 정 회장에게 보고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핵심 쟁점은 ‘북미·중국·친환경’

현대차 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176만대로 올해 전망치보다 2.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시장은 올해 전망치와 견줘 2.1% 늘어난 9042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결정되기 전의 전망으로 실제 시장 상황은 이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지역에 따라 구매 방식과 선호 차량 등이 달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통찰력 있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시장에 대한 전략 변경이 이번 법인장 회의의 핵심 사안이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와 대기 수요 소진으로 성장률이 7년 만에 뒷걸음칠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할부로 차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 금리 인상 시 수요 감소가 예상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대해 3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지난 9월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중국 또한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번 법인장 회의에서도 중국시장에 대한 다양한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최근 몇년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2년 만에 현대차와 기아차로 나뉘어 있던 사업을 하나로 통합한 데 이어 10월엔 현지법인 법인장을 교체했다. 한 해에 조직개편과 수장 교체를 연이어 실시하는 건 이례적으로 내부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내년도 자동차 판매대수 820만대 우세

올해 실적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친 신흥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면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이어져 판매량을 촉진할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큰 흐름이 디젤차에서 친환경차로 흘러감에 따라 대응 방안도 토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내년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일렉트릭, 기아차 니로를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하는데 각 지역별 판매 모델과 목표 판매량 등을 이번 회의에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판매량 목표치를 얼마로 잡을지도 주요 사안이다. 현대차는 2003년 이후 연간 목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2009년을 제외하고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보다 연간 판매량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 2년 연속 목표치를 낮출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멕시코 공장과 중국 4공장이 가동에 들어갔고 내년 하반기 중국 5공장까지 완공되는 것을 고려해 올해보다 소폭 높인 820만대로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보다 판매 목표치를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환경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잡지 않을까 싶다”면서 “정확한 수치는 신년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해외 법인장 회의 무엇이 바뀌었나

보통 현대차그룹의 해외 법인장 전략회의는 7월과 12월, 한해에 두 번 시행하는데 지난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정몽구 회장의 주도하에 짧게는 하루, 길어도 이틀 안에 끝났다. 그러나 이번 연말 법인장 회의부터 ‘보고’를 위한 회의가 아닌 실질적으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보라는 정 회장의 특명에 따라 각 지역 · 현안별 심층 논의 후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법인장들의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통해 현실적인 목표와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면서 “최종적인 회장님 보고와 그에 따른 수정 사항 등의 지시가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한 해 사업의 윤곽을 짜는 해외 법인장 전략회의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한 데에는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위기감이 팽배해 있으며 동시에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강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개별소비세 혜택이 종료된 가운데 노조 파업과 세타II엔진 결함 논란 등에 휩싸이며 지난 10월 내수 점유율 60% 벽이 무너지는 등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따라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목표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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