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의료기기 규제 한류시대를 기대하며

  • 등록 2016-11-25 오전 6:00:00

    수정 2016-11-25 오전 6:00:00

일반인들에게 ‘의료기기아시아규제조화회의(Asian Harmonization Working Party)’는 꽤 낯선 명칭이겠지만 전세계 의료기기산업의 종사자 입장에서는 그 위상과 역할이 사뭇 남다르다.

의료기기아시아규제조화회의(의장 정희교 식약처 의료기기심사부장) 총회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료기기에 대한 공통된 규정을 합의하고자 열리는 국제회의로 올해 21번째를 맞았다.

이달 21일부터 닷새간 필리핀 세부에서 세계 30개국 300여 명의 정부당국자 및 관련 산업계가 참석한다.

특히 기구 이름이 내포하는 것과는 다르게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중요 국가의 규제당국자들이 참석하여 미래의 의료기기규제를 살피고 조율하는 의미가 있는 회의이다.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더불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고도의 정밀함과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각 나라에서는 의료기기에 대한 높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여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환자나 병원에서 사용하기까지 철저한 국가적 차원의 관리를 한다.

문제는 의료기기 규제가 나라별로 까다로워지고 다양해져, 국제화된 사회에서 우수한 의료기기의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AHWP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필요성에 따라 협의체를 만들고 각국의 규제 당국자가 모여 허가·생산·관리에 따르는 규제에 대한 통일성을 논의해오고 있다.

한 예로, 이번 AHWP 총회에는 한국에서 제도 만족도가 높은 ‘의료기기의 경미한 변경보고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이 제안됐으며, 채택될 경우 아시아 어느 나라에 가서도 통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또한, 합의된 규정을 통하여 국가 간의 관리나 허가에 있어 조화된 규제는 제품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가무역에 있어 진입장벽의 완화를 가져온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시아 여러 국가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다.

그래서 규제변화에 민감한 기업과 AHWP 회원국은 규제에 대한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회의 참여에 열의가 높다.

이번 AHWP 총회의 특색은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회의 준비와 개최를 맡아 국위선양의 큰 기회를 가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의 3대 시장이다.

식약처는 그간 국제회의에서 부단한 외교활동으로 성과를 냈고 AHWP 의장국으로 선출되어, 잠재적 시장이 큰 아시아 각국에 우리나라의 의료기기산업을 알리는데 의장국의 지위를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미 4월 주요 아시아 수출국의 규제당국자를 국내에 초청하여 우리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고 더불어 우리가 운용하는 규제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수출을 지원하였다.

나아가 해외 규제당국자가 우리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법규를 영어로 번역하고 무상 제공했으며, 필요에 따라 설명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상대적으로 의료기기 규제의 정도가 낮은 나라에 우리 규제를 수출한 효과를 얻었다.

의료기기 규제의 수출은 해당국의 보건향상을 도모한다는 의료기기산업의 목적과 부합한다. 우리나라의 법률 및 행정적 제도의 우수성을 알리고 나아가 향후 우리 의료기기 수출에 간접경쟁력을 제고시킨다.

이번 AHWP 총회를 계기로 한국 의료기기산업의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한류의 붐이 의료기기에도 불어와서 아시아의 중심에 한국이 있음을 30개국에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

AHWP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함께 식약처는 앞으로도 의료기기 규제의 국제조화 및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전관리를 위한 정책 마련을 기대한다.

<황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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