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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과거의 사례를 가지고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미술관을 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최근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미술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것은 2007년 성곡미술관 큐레이터였던 ‘신정아 스캔들’의 영향이 컸다. 1995년 문을 연 성곡미술관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인 박문순 씨가 관장이다. 신정아 스캔들 당시 성곡미술관에서 비자금 62억원이 발견되면서 기업 미술관에 부정적인 시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 검찰은 다른 기업 소유 미술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고, 이후에도 대기업 일가의 불법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미술관을 매개로 한 횡령·탈세사건이 종종 불거졌다.
◇‘신정아 스캔들’ 기업 미술관 이미지 추락
기업비리 수사에서 미술관이 연루되는 까닭은 기업 미술관의 관장이 재벌 총수의 부인이거나 친인척인 경우가 많아서다. 여기에 미술품은 편법상속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쉽다. 미술관 기금을 활용해 법인이 아닌 관장의 개인 명의로 미술품을 구매하면 나중에 차익을 남기고 되팔 때도 양도소득세가 면제됐다. 또한 미술관을 지으면 토지에 대한 부가세도 면제된다. 이런 특혜 때문에 대기업은 미술관을 세우는 데 적극적이었다.
미술관은 갤러리처럼 미술품을 판매할 수 없고 수집·보존, 연구만 해야 한다. 기업 미술관에 대한 비난은 주로 이 지점에 집중됐다. 미술관이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지 않고 모기업의 비자금 창구나 오너 일가의 면을 세워주기 위한 자리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한 기업 미술관의 큐레이터인 이지영(가명·40) 씨는 “과거 기업 미술관에 대한 미술계의 비판이 거셌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기업 미술관을 제외하고 한국미술계를 논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국공립미술관의 예산만으로는 유명작가의 작품을 들여올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관장의 전문성도 무시 못할 변수다.
홍라희(이건희 삼성 회장 부인)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미술전공자로 미술품을 고르는 안목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움은 현재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알렉산더 칼더 등 현대 거장 미술가의 작품을 비롯해 한국의 국보급·근현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노소영(최태원 SK 회장 부인) 아트센터나비 관장은 공대를 나왔다. 자신의 전공을 살린 미디어아트 분야에 주력해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컬렉션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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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공공성 증대해야 부정적 이미지 벗을 것
미술전문가인 관장이 미술관을 독특하게 키운 경우에 더해 신진작가 발굴이나 전시를 지원하는 데 앞장서는 경우도 적잖다. 성곡미술관의 박 관장은 ‘내일의 작가상’ 등을 통해 전위적인 작가를 후원한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작가는 2014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상’ 출신이다. 박강자(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동생) 금호미술관 관장은 1989년 개관 이래 중견이전의 신진작가를 중점적으로 후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제 기업 미술관의 공공성을 봐야 한다는 이 큐레이터는 “기업 미술관이 대부분 기업 문화재단 소속인 만큼 이사회나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며 “오너의 부인이나 친인척이란 이유로 전횡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기업 소유 미술관의 운영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미술관 운영에 전문가를 포함하고 공공성을 높이는 데 노력을 한다면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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