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관광] 비무장지대 매력에 여행자 '무장해제'

[성공기업탐방 20] '디엠지플러스 베짱이학교'
청정지역 DMZ 안에서 식자재 활용
주제 맞춰 요리 만드는 프로그램 인기
지역농가 상품 제값받아 '윈윈'
6개월만에 2500명 다녀가…3000만원 수익 올려
  • 등록 2015-07-28 오전 6:16:00

    수정 2015-07-28 오전 6:16:00

경기 파주의 디엠지플러스 ‘베짱이학교’는 민간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민통선 내에 자리하고 있다. 베짱이학교를 찾은 체험객들이 청정지역인 디엠제트(DMZ)에서 수확한 신선한 식재료로 직접 요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은 정부3.0이다. 개방·공유·소통·협력을 바탕으로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의 성과는 눈부시다. 4년간 총 260건의 창조관광사업을 발굴, 그중 170개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또 501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서 가장 요리하고 싶은 부엌 ‘베짱이학교’

서울에서 경기 일산 방향으로 자유로를 타고 도로 끝에 다다르면 1사단 검문소인 민통선 출입통제초소를 만난다. 이곳 민통선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향하면 세계에서 유일한 비무장지대(DMZ·디엠지)가 있다.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구역. 찜통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 어느 날. 무장한 군인에게 신분증 검사를 받고 출입허가를 받은 후 민통선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삼엄한 초소를 지나 도착한 곳은 요리실습체험장. 민통선 내 그것도 디엠지를 코앞에 둔 어색하고 이색적인 장소였다. 좀 당혹스럽다고 할 이곳에는 의외로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주방기구를 잘 갖춰 놨다. 이날 참가자들 역시 어색함도 잠시고 이내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엇다.

이곳은 이번 창조관광 성공사례 탐방기업으로 소개할 디엠지플러스(www.dmzplus.com)가 운영하고 있는 ‘베짱이학교’다. 이동훈(28) 디엠지플러스 대표는 “베짱이학교는 치열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위한 힐링 디톡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요리체험교실”이라고 소개했다. 일반적인 농촌체험학습과는 달리 체험자가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것이 특이하다. 여기에는 디엠지라는 장소가 주는 이색적이고 새로운 요소가 한몫을 한다. 이 대표는 “휴식 위주의 단순 힐링에서 벗어나 건강한 먹거리와 디엠지라는 청정자연 속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오감만족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알려진 안보관광지가 아닌 친근감 있고 재미있는 놀이문화를 접목한 ‘힐링 디엠지’가 이들 체험프로그램의 콘셉트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벤처 팀장은 “디엠지플러스의 아이디어는 경기 파주, 특히 디엠지라는 특수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체험상품과 가공식품을 만들어내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면서 “사업이 안착하면 파주를 한국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만드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동훈 디엠지플러스 대표(왼쪽)과 그의 아버지 이영길씨. 평범한 법대생이던 이 대표는 귀농한 아버지의 사과농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던 차에 창조관광공모전에 사업에 공모하게 됐다.


▲귀농한 아버지 도움 주고파 법학공부도 포기

디엠지플러스는 법대생이었던 이 대표가 ‘아버지의 사과농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하는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이 대표의 아버지인 이영길(55) 씨가 파주로 귀농해 민통선에서 사과농장을 시작한 건 2010년. 적지 않은 자본과 노력을 쏟았음에도 농장은 4년간 적자였다. 이 대표는 “나날이 거칠어가는 아버지의 손과 축 처친 어깨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비단 아버지의 농장뿐 아니었다. 인근 농민들 또한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대표는 “소규모 농민들은 기존의 유통구조에 들어가기 어렵고 들어가더라도 원가 후려치기 등 대형 유통회사의 횡포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하면 농민 입장에서 농산물의 가치를 존중해주면서 소비자의 마음에서 질 좋고 합리적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윈윈’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직접 생산한 농산품을 활용한 체험·여행상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학도에서 신출내기 사업가로의 변신은 쉽지 않았다. 자본금 마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창조관광공모전. 우연히 지하철역에 내걸린 공모전 포스터를 봤다. 그때가 공모전 마감을 정확히 이틀 남겨둔 시점. 이 대표는 “아버지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기에 공모전 포스터는 마치 천우신조처럼 느껴졌다”면서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사업계획서에 녹여냈고, 이틀밤을 새운 끝에 마감 10분 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대표의 사업 내용은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식자재와 창작요리 체험형 콘텐츠의 접목. 여기에 디엠지라는 지역이 갖는 청정함을 내세웠다. 그렇게 해서 나온 콘셉트가 ‘즐거운 디엠지 맛있는 디엠지’였다. 이 대표는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쿡방’처럼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식자재로 주제가 있는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을 꾸려봤다”며 “통제와 엄숙 등 무겁게 느껴지는 디엠지의 색다른 면을 내세워 ‘누구나 할 수 없는 체험’을 이미지화 했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찾을 수 없는 디엠지의 가치를 재발견인 셈이다.

경기 파주의 디엠지플러스 ‘베짱이학교’는 민간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민통선 내에 자리하고 있다. 베짱이학교를 찾은 체험객들은 청정지역인 디엠제트(DMZ)에서 수확한 신선한 식재료로 직접 요리하며 우리 농산물에 신뢰를 가지게 된다고 이동훈 대표는 설명했다.


▲창업 6개월만에 3000만원 수익 올려

공모전 당선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디엠지플러스라는 이름으로 파주 문산읍에 회사문을 열었다. 자본금 5000만원. 대부분이 공모전에 당선해 받은 상금과 사업지원비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들의 아이디어에 총 5650만원(시상비+사업지원자금+추가지원자금)을 지원했다. 공모전 당선업체 중 가장 많은 지원비다. 이외에도 담임컨설턴트 제도로 새내기 창업가의 멘토를 마련해줬고, 관련 기업·기관과의 네트워킹 등을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투자는 성과로 이어졌다. 창업 후 6개월만에 2500여명이 디엠지플러스의 ‘배짱이학교’를 다녀갔다. 삼성·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등에 이색 워크숍 장소로 알려지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산의 원마운트 안에 유기농 주스 팝업스토어를 내는 성과도 냈다. 이 대표는 “프로그램 중 디톡스 주스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독립시켜 유기농 주스 팝업스토어와 배달사업을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투자로 디엠지의 맛과 프로그램을 소비자에게 더 빠르고 쉽게 알릴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수익도 늘고 있다. 지난해 약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들어선 7월 현재까지 메르스 악재에도 불구하고 약 3배가 늘었다. 앞으로 디톡스 주스 등 제품 유통과 체류형 상품을 출시하면 매출 증진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이 대표는 예상했다. 이 대표는 “창조관광기업 중간평가와 최종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창조관광기업 지정추천을 받은 것도 큰 성과”라면서 “특히 디엠지플러스의 발전가능성을 보고 창조관광펀드 유치기업으로 선정해줘 매우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요리체험을 마친 체험객들이 가벼운 트레킹 후 특제 족욕테라피를 즐기고 있는 모습.


▲유기농 뷔페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고파

디엠지플러스의 궁극적인 사업목표는 ‘좋은 먹거리’와 ‘즐거운 체험’. 상품이 좋아도 고객이 찾지 않으면 그만이다. 디엠지플러스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디엠지라는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먹거리를 체험과 연결했다. 이 대표는 “좋은 먹거리와 즐거움이 함께 있어야 사람이 모인다”면서 “내가 먹는 밥이, 내가 먹는 사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보고 만지고 요리하면 자연스럽게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최종 목표는 디엠지와 인근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유기농 뷔페 전문기업을 세우는 것. 일본의 모쿠모쿠농장이 디엠지플러스의 미래상이다. 모쿠모쿠농장은 6차산업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최근 한국에서 생기기 시작한 로컬푸드 직매장도 이곳을 롤모델로 한다. 이 대표는 “27년 전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농업이 활기를 잃고 농민이 힘들어 하던 시기였다”면서 “모쿠모쿠농장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산품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더해진 가공품에다가 즐거움을 가미한 체험으로 농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코모쿠농장에서는 수익의 50%가 체험활동에서 나오고 나머지는 농산물 가공품의 온라인 판매와 레스토랑에서 발생한다”면서 “지역 소비자에게만 판매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디엠지플러스도 다르지 않다. 농업에서 시작했고 관광체험과 식자재를 활용해 생산한 유기농 주스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사업도 유사하다. 이 대표는 “미국 유명브랜드인 골드메달 애플주스처럼 디엠지플러스에서 만든 주스와 신선한 가공제품이 세계 어느 곳의 카페나 마트 진열장에 올라갈 수 있도록 인정받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디엠지플러스의 베짱이학교를 찾은 체험객들은 밭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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