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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먼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영국은 근현대 세계사의 개척자였다. 자유민주주의의 주춧돌을 놓고 시장경제 질서를 꽃피웠다. 개인의 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영국 국민들의 신념은 명예혁명을 통해 의회민주주의를 태동시켰다”고 추켜세웠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스 선교사는 1887년에 최초로 신약성서를 한국어로 번역했고, 브리스톨 출신 어니스트 베델 기자는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36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의 독립에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950년에도, 영국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공산 세력의 침공으로 대한민국의 명운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이들 중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임스 칸 중령이 이끄는 영국의 글로스터 1대대가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우리는 행동으로 기억된다’는 글로스터 부대의 구호처럼,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저의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일명 ‘다우닝가 합의’)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며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수상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며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겠다.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고 마쳤다.
한편, 윤 대통령이 외국 의회에서 외국어로 연설한 것은 지난 4월 국빈 방미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의회에는 존 맥폴 상원의장, 린지 호일 하원의장, 자민당 당수이자 한영 친선의원협회장인 에드 데이비 하원의원, 데이비드 얼튼 상원의원 등 총 450여명이 참석했다. 15분이 좀 넘는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30초 정도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