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스기념병원 응급의학과 고동완 센터장]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거나, 지인과 감정적 다툼이 있었거나, 큰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등 긴장감과 불안함 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호흡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과호흡증후군은 과도한 호흡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과다하게 배출돼 발생한다. 보통 호흡을 통해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정상적인 호흡속도에서는 동맥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5~45mmHg 범위로 유지된다. 하지만 과한 호흡으로 인해 산소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이산화탄소가 필요 이상으로 배출돼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5mmHg이하로 감소하고, 그로 인해 정상 pH 7.4 보다 상승한다. 머리에는 숨뇌라는 호흡중추가 있고 그 호흡중추가 몸의 pH 또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해서 숨을 너무 많이 쉬고 있으면 ‘숨 그만 쉬어’라고 호흡근육에 명령을 내려 보낸다. 그렇게 되면 (의식적으로 숨을 더 쉬어야 되는데) 호흡근육의 명령에 따라 숨을 더 쉬지 않으면서 답답하다고 느끼고, 이 자체가 숨이 찬다는 느낌을 들게 하며, 더 많이 숨쉬게 되는 과호흡증후군이 오게 된다.
이산화탄소가 부족해지면 혈관이 수축돼 뇌나 심장을 비롯한 전신으로 피가 부족하게 흐르고, 산소와 혈색소가 잘 분리되지 않아 몸은 산소 부족으로 더욱 호흡이 가빠진다. 이산화탄소가 낮아지면 pH 7.4 보다 상승하게 되어 알카리성으로 바뀌고 칼슘이나 칼륨, 인 등 전해질이 부족해진다. 이로 인해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거나 손발이 저리거나 어지럽거나 혼동을 일으키는 등 이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또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발생하거나 심장혈관이 수축해 가슴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폐나 심장, 당뇨 등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에게 발생한 과호흡증후군의 경우 주변에서 호흡을 천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벨트나 넥타이, 타이트한 옷을 풀어 편안한 자세를 취하도록 한 뒤, 숨을 잠시 멈췄다고 천천히 호흡을 하게 돕는다. 만일 환자 스스로 호흡량 조절을 어려워한다면 비닐봉지나 종이봉투를 사용해 입에 대고 호흡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호흡을 통해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들이마시면서 보충하는 방식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이산화탄소만 마실 경우 질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봉투에 작은 구멍을 내어 산소를 조금씩 공급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자칫 오래하면 저산소증을 발생시킬 수 있어 요즘에는 별로 추천하지 않고 있다. 7/11 호흡방법이라고 호흡을 7초간 들이쉬고 11초를 내뱉으면서 스스로 호흡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필자는 과호흡증후군으로 응급실 오시는 환자분들에게 적용해보는데 꽤 효과가 있다.
응급처치 이후 환자가 안정을 찾았다면 재발방지를 위해 적절한 치료 및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응급실에서 필요시 심전도 검사 및 갑상선 호르몬 검사 포함한 혈액검사 등으로 질환 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원인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불안, 긴장 등이라면 환자에게 심각한 신체 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고, 과호흡 자체가 증상을 유발한 것이며 환자에게 과호흡증상을 잘 이해시키고 환자의 불안을 안정시키면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및 항불안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또 연관된 기저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서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 윌스기념병원 응급의학과 고동완 센터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