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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꼽았다.
국내 경제가 수출 주도형인 데다 미국이 우리의 주요 교역상대국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IT업계 관계자는 “미국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 정책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원화 강세는 한국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국내 철강·금속 제품에 반덤핑 관세 등 18건의 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되면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철강 수출물량(3000만t) 중 대미 수출량은 13%가 넘는다.
현대·기아차처럼 북미 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당장 내년 판매전략을 세우는데 애를 먹고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30%가량을 북미시장에서 올렸다. 특히 기아차는 미국시장으로의 수출을 겨냥해 지난해 9월 맥시코 공장 가동을 시작했는데 트럼프 당선자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3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한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내건 공략은 전 세계 교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을 겨냥한 보복 정책을 시행하면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한국으로선 해 이중 타격을 받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향하는 정책에 대한 우려는 수출기업에서 그치지 않았다. 내수 업체들도 수출기업 부진이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로 봤을 때 수출부진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영향만 얘기되고 있는데 내수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긴 마찬가지”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우려로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 내수 업체들 역시 실적에 타결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은행관계자는 “경기 회복을 목표로 공공투자 시기를 앞당긴다면 투자 효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그러면 국내 조달 금리도 상승하면서 금융권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이 종전 신재생 중심에서 다시 화학연료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에너지관련 업체들은 오바마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기술개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이와 같은 기조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집행해 왔다.
한 에너지 관련 대기업 관계자는 “화학연료로 회귀하게 될 경우 기후협약 등에 대한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사업 전략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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