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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기업 구조조정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장차 산업계가 조선업을 어떻게 끌고 갈지, 수면 아래에 부실한 업종은 더 없는지 등이 핵심인데,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만 쏟아지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등에 본격 ‘수술’이 들어갈 경우 투입될 비용 규모는 산정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의 산업적 측면이 부각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정상 여신(與信)인 대우조선해양이 부실 여신으로 분류되면, 확보해야 할 충당금 규모만 해도 조 단위다. 충당금은 추후 지출이 확실한 비용에 대비해 미리 부채로 적립하는 돈을 말한다. 그런데 실제 구조조정의 방식에 따라 들어갈 자금은 천문학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격을 더 높인 전담팀(TF)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이 거론된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총대를 메야, 관료든 은행이든 기업이든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 2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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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건전성 분류는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이다. 기업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은행이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도 달라진다. 구조조정 작업의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이 고정 이하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면, 국책은행은 20% 이상 충당금이 필요하다. 성동조선해양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정부가 자본확충에 목을 매는 이유다.
문제는 이게 구조조정의 핵심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을 사업부문별로 분리 매각할 것인지,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것인지, 특정 사업부문만으로 회사를 따로 만들지 등 산업적 측면은 아예 배제된 것이어서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선 해운 등 5대 취약업종에 대한 미래예측을 정확하게 한번 한 후 살릴 건 살리고, 구조조정 규모는 어느정도로 할지도 (산정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큰 그림’을 먼저 그려놓고 자본확충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대차대조표상 돈을 어떻게 채워넣을지를 나타내는 오른쪽 대변(부채·자본)보다 자산 구조조정 방식을 나타내는 왼쪽 차변(자산)이 더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자산매각, 인력조정 등 골치 아픈 문제가 많으니 미룬 것 같다”고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그간 지금의 경제위기는 유동성이 아닌 실물 쪽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결국 가장 큰 부담은 조선업 인력 구조조정”이라고 했다.
산업재편 측면 빠져있어…컨트롤타워 필요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업의 흐름에 밝은 전문가도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산업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논의에 참여해 회생 가능성을 포함한 계획이 빨리 확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은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조선을 3사체제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면서 “민간회사가 (특정 사업부문을) 인수한다면 그건 넘기고 나머지는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을 통째로 살리는 건 이미 늦었다. 고부가가치선은 경쟁력이 있으니 살리고 나머지 부실 부문은 없애는,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처리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의견도 있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그 연장선상에서 컨트롤타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구조조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상조 교수는 “처리해야 할 회사가 현재 거론되는 정도라면 은행과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큰 방향을 잡고 정치권의 동의를 구하는 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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