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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30대 후반 직장인 K씨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얼리어댑터다. 스마트폰 최신 기종이 나올 때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교체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스마트워치까지 구입했다. 최첨단을 달리는 그지만 문화생활은 딴판이다. 특유의 잡음이 매력적인 LP 음악을 듣기 위해 라이브카페를 자주 찾는다. 주말에는 필름카메라 동호회 회원들과 출사에 나서기도 한다. 영화도 최신작보다는 고전을 즐겨보고 때때로 옛날 다방을 찾기도 한다.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추억앓이에 빠졌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직장, 학교, 가정에서 모두 숨 돌릴 틈도 없는 변화의 연속이다. 다만 문화생활만큼은 과거 회귀 현상이 뚜렷하다. 디지털에 지친 사람들이 아날로그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옛것’에 풍덩 빠진 것. 50∼60대의 중장년층에 불었던 7080 열풍에 이어 최근에는 1990년대로 돌아가고 있다. 이른바 ‘복고열풍’이다.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토요일은가수다’) 기획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1990년대를 상징하는 문화키워드가 됐다. 영화판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세대의 희생과 헌신을 다룬 영화 ‘국제시장’은 누적관객 14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1970년대 통기타의 멋과 낭만을 다룬 영화 ‘세시봉’도 화제가 됐다.
사각거리는 연필의 매력에 빠져 문학작품을 손으로 베껴 쓰는 필사족도 늘고 있다. 필사는 작가지망생들의 문장수련 방법이었지만 최근 힐링에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인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키보드 자판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 때문에 손글씨는 물론 정성을 심은 손편지도 유행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하 평론가는 “옛날에 익숙했던 것만을 계속 소비하면 문화적 활력이 떨어진다”며 “복고열풍이 현재와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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