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을 이해하기 위해선 100년을 거슬러야 한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맨해튼에 1만 5000여명 여성이 모였다.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면서 이들은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우리는 빵과 장미를 원한다.” 빵은 남성 노동자 수준의 임금, 장미는 남성처럼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거였다. ‘3·8 여성의 날’의 기원이다. 하지만 미국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1920년이 되어서다.
100년 후 상황은 달라졌다.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미국 여성은 국가의 사유자산 중 51%를 소유했다. 가정 내 구매 결정권 중 80%를 쥐었고 학사학위 소유자는 58%에 달했다. 경제력을 발판으로 장벽을 부숴간 여성이야기는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이즈음 여성들은 정치력까지 갖추고 세계무대에 등장한다. 2008년과 2009년에만 아르헨티나·칠레·핀란드·가봉·인도·아일랜드·라이베리아·필리핀에선 여성 대통령이, 독일을 비롯해 방글라데시·아이슬란드·우크라이나 등에선 여성 수상이 선출됐다. 다시 말하면 여성의 돈이 정치를 움직이기에 이른 것이다.
페미니즘의 관점이 아니란 것을 책은 애써 강조한다. 굳이 그 잣대로 날카롭게 각을 세우지 않아도 여성은 역사에서 사회적 약자였다는 거다. 남성의 규칙이 늘 잘못됐고 여성의 규칙이 늘 정당했다고 우기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여성이 경제력을 무기로 ‘기존’에 도전장을 내는 현실은 계속 주시하라고 이른다. 여성이 갖추는 힘이 종국엔 남녀 모두에게 가장 효율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