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보조금…가짜 환자·유령직원 만들어 수십억 빼돌려

작년 권익위 보조금 부정수급 적발 결과
확장적 재정 후유증, 곳곳서 혈세 낭비
홍남기 “강력 대응” 예고했지만 한계
‘눈먼돈 방지법’ 국회 계류, 폐기될듯
  • 등록 2020-01-22 오전 5:00:00

    수정 2020-01-22 오전 5:19:15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1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공공부문과 공적영역 그리고 재정보조금이 지원되는 분야의 부정부패부터 먼저 없애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집중 점검에 나섰고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A 업체 대표는 중소기업 지원금을 노렸다. 그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받은 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가짜 연구원’을 허위로 등록했다. 재료비도 부풀렸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허위 장부를 만들고 중소기업 지원금 3억9000만원을 챙겼다. 경찰은 이 업체 대표 등 연루된 16명을 지난달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B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수선공사를 하면서 공사업체와 짜고 공사비 일부를 챙겼다. 그는 직원들의 인건비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경찰 조사 결과 어린이집 원장이 챙긴 보조금 부정수급액이 3억4960억원에 달했다. 연루된 21명은 작년 10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나랏돈이 줄줄 새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부정한 수법으로 수억원씩 챙기며 수십명이 연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진에 재정 집행을 늘리자 보조금 비리도 동시에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련법 개정과 제정을 통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눈먼돈 방지법’ 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이대로 20대 국회가 종료되면 개정안도 폐기된다.

지난해 부정수급 37%는 보건·복지 분야

이데일리가 21일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의 ‘2019년 주요 이첩사건 조사 결과’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적발된 부정수급 중 119건이 주요 이첩사건으로 분류돼 검찰에 송치되거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 보조금 부정수급이 44건(37%)으로 제일 많았다. 이어 산업 43건, 건설·농업 각 4건, 문화·식품·환경 각 3건, 과학기술·산림·어업 각 1건 순이었다. 보건복지·산업 보조금 부정수급은 지난해 주요 이첩사건으로 매달 적발됐다.

내역을 보면 부정수급 규모나 연루된 인원이 상당했다. 지난해 A 병원 대표이사는 요양급여 52억1271만원을 부당수령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를 환수하고 요양급여 지급을 중단했다. 주유소 대표와 화물차 차주 등 109명은 유가보조금을 불법으로 챙겨 검찰에 송치됐다.

이렇게 부정수급 사태가 심각해지자, 주무무처인 기획재정부는 처벌을 강화하고 신고 포상금 확대하는 근절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어 정부는 이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신고 포상금을 확대하는 보조금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대책 발표 당시 “부정수급은 재정 누수뿐 아니라 정당한 수급대상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정부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를 민생 분야 ‘생활 적폐’로 선정해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혈세 낭비 막는 민생법안 처리해야”

하지만 작년에 발표된 방안 중 핵심 대책인 법 개정안은 언제 시행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개정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보조금 부정수급을 하면 최대 5년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법안(보조금법) △보조금 관련 공익신고자의 비밀을 보장하고 신변을 보호하는 법안(공익신고자 보호법) 등이 국회 계류 중이다.

보조금 관련 특별사법경찰을 확대하는 방안(사법경찰직무법), 부정수급 액수의 5배를 제재부가금으로 부과하는 방안(고용보험법 등)도 언제 통과될지 미지수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모두 폐기될 전망”이라며 “국회가 정쟁만 벌이더니 국민 혈세 낭비를 막는 민생법안마저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총선 이후에도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21대 국회에서도 논의되기 힘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신속하게 법을 개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복지 예산을 늘리자 ‘일단 신청해서 받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탈세를 막듯이 부정수급을 철저하게 막고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의 ‘2019년 주요 이첩사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부정수급 중 119건이 주요 이첩사건으로 분류돼 검찰에 송치되거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 보조금 부정수급이 44건(37%)으로 제일 많았다. [출처=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는 작년 10월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 강화 방안’에서 보조금 부정수급 제재·관리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 파행으로 관련 개정안은 현재까지 처리되지 않았다. [출처=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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