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주도 'RCEP' 타결되자…美 "인도태평양 관여 최우선" 뒷북

"트럼프, 인도·태평양 지역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 주장
TPP 스스로 탈퇴, 사실상 中에 아·태 지역 주도권 내줘
  • 등록 2019-11-05 오전 6:59:41

    수정 2019-11-05 오전 6:59:41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이 4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와 전략을 다룬 보고서를 전격 발표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이 최종 타결되자마자, 내놓은 것이다. 이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애초 RCEP은 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미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TPP에서 스스로 탈퇴, 사실상 이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중국 측에 내놓은 측면이 크다. 이날 보고서가 사실상 뒷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역내 관여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의 목표는 수 세대 동안 역내 평화와 번영을 보장해왔고 35개국에 있는 수억 인구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관련 보고서를 낸 건 지난 6월 국방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국무장관은 보고서 인사말에서 “1.9조 달러 규모의 양자 교역으로 우리의 미래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미국과 우리의 동맹국, 파트너들은 자유롭고 개방된 지역의 질서를 보호하는 데 최전선에 있으며 모든 국가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뒷받침하는 규칙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가치를 공유하는 대표적인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언급하면서 한국을 호주·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언급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보호하고 미국의 수출을 증대하며 부담되는 규제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RCEP에서 빠진 인도는 미국의 전략적파트너십이라는 표현했다.

국무부는 또 가장 시급한 초국가적 위협으로 ‘사이버 테러’를 꼽은 뒤, 북한을 비롯해 중국·러시아 등을 거론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버 방어 공조 국가론 역시 호주와 인도, 일본, 한국을 꼽았다.

무엇보다 중국 견제·비판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 갈등과 관련, “중국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며 “어떠한 법적, 역사, 지리적 가치도 없고 역내 국가들에 실질적인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실상 중국 주도의 RCEP 타결을 염두에 둔 보고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아세안(ASEN)+미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이날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이 연안의 원유와 가스 자원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협박해 왔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은 2012년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협상을 개시, 올해까지 28차례 공식협상과 16차례 장관회의, 3차례 정상회의를 거친 후 최종 타결됐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36억명), 세계 총생산량 3분의 1(27조4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아·태 지역 메가 FTA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TPP에서 스스로 탈퇴한 점,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미국 정상회의에 2년 연속 불참한 점 등 미국의 ‘미 우선주의’.‘신(新)고립주의’ 등이 스스로 이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줬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 간 FTA’가 미국에 불리하다고 판단, ‘양자 FTA’를 강화하는 노선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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