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길고 긴 방학이 힘겨워 개학날만을 애타게 기다렸는데, 막상 새학기가 시작되니 더 큰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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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이가 한 명이면 사정은 좀 낫지만, 둘 이상이 되면 아침부터 영혼이 저 멀리 ‘안드로메다’까지 나간 느낌이다.
이 와중에 “담임 선생님이 무섭거나 깐깐하다”는 얘기라도 듣게 되면 워킹맘들의 예민함은 극에 달한다.
혹여 지적을 받지는 않을까, 내 아이에게 불통이 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 학교로 지금 와주면 안 돼?” 라고 전화해도 바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지라 최대한 엄마 없이도 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게 준비해놔야 하므로 신경이 곤두서 있곤 한다.
어제, 회의를 하고 오니 휴대폰에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 담임 선생님 번호가 찍혀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왜 항상 맞는 건지, 점심 시간에 아이가 옷에 국을 다 쏟았다고 한다. 다행히 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갈아입을 옷이 필요해 전화했다며 1시간이 지난 지금은 옷이 다 말랐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아~”하는 탄식이 새어나왔다.
냄새나는 젖은 옷을 입고 앉아 있었을 아이 생각에 속이 상했다. 그렇다고 당장 뛰어갈 수 없는 게 워킹맘의 현실 아니던가.
결국 아이는 냄새나는 옷을 입고 학교 돌봄과 방과후 일정까지 모두 소화한 뒤에야 저녁에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워킹맘 전문가인 필자도 이렇게 새학기가 되면 소위 말하는 ‘멘붕’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아오는데 다른 워킹맘, 특히 첫 아이를 1학년에 입학시킨 워킹맘은 말할 것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학기 무렵 일을 그만 둔 엄마들이 꽤 많다.
실제로 필자의 한국워킹맘연구소에는 2월 말부터 시작해 3월 내내 ‘일을 그만둬야 되는 거 아닐까요’ 라고 상담하는 워킹맘 전화가 급증한다.
이는 많은 워킹맘들이 이 무렵 가장 많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새학기 시작 이후, 매일 아침마다 영혼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워킹맘들에게 “10시에 출근한 덕분에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훨씬 수훨해졌어요” 라는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소통 게시판에는 ‘과연 이 제도를 언제쯤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노의 글들만 가득하다.
‘언행일치’ . 말과 행동은 일치해야 되며, 자기가 뱉은 말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유치원생도 알고 있는 만큼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사회와 직장에서 ‘언행일치’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3월, 이미 시작이 되긴 했지만 아직 많이 남았다. 지금이라도 ‘언행일치’의 진수를 보여줘야만 한다. 더 이상 말로만 아는 ‘척’ , 위하는 ‘척’ , 잘하고 있는 ‘척’ 은 통하지 않는다. 진짜 워킹맘들을 위한다면 딱 한 가지라도 제대로 보여주길, 이번 만은 제발 그래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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