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재벌가 2·3세들이 금수저 물고 태어난 온실 속 화초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다들 누구보다도 더 노력한다. 현지화·글로벌화의 장점을 지닌 데다 비전이 확실하다. 책임감의 무게도 남다르다.” 최근 만난 재계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최고 흥행영화 ‘베테랑’을 보면 재벌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그룹 기획조정실장인 조태오는 악당에 가깝다. 온갖 패악질에 일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하지만 안하무인 경영은 이젠 옛말이다. 미술계라면 더 그렇다. MBA는 기본이고 창업주나 오너 부친에게서 나고 자라면서 보고 배운 안목은 이들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젊은피 수혈 주요 미술계 세대교체
미술계에 2·3세대 교체바람이 거세다. 흰머리가 성성한 고령의 리더가 서서히 뒤안길로 사라지고 활력과 패기로 무장한 젊은 리더가 전면으로 부상 중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이 운영하는 스페이스C(코리아나미술관·화장박물관)에 2014년 신임관장으로 첫발을 내디딘 유승희 관장이 대표적이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외동딸 유 관장은 아버지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이 애정을 담아 설립한 코리아나미술관의 학예실장으로 미술계에 입문해 10여년간의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아 관장 자리를 꿰찼다.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고, 2013년 한 월간 미술전문지가 선정한 올해의 기획전 부문에서 1위와 4위를 차지했다.
대우그룹의 미술관 아트선재센터의 경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를 지낸 김우중 전 회장의 딸 김선정 씨가 부관장직을 맡고 있다. 김 부관장은 큐레이터로도 활동 중인 미술분야 전문가다. 대림미술관을 진두지휘하는 관장은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대림산업의 부회장인 이해욱 씨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마친 이 부회장은 모친 한경진 여사가 관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대림미술관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미술과 음악 등 문화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졌다.
형식·통념 깬 행보…기업에 장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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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2·3세대의 부상은 사람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감성경영이 중요한 갤러리 운영의 특성상 단점보다 강점이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세대별로 특화한 주력분야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비즈니스 DNA의 통념을 깬 합리적인 사고로 재능과 능력을 맘껏 발휘하는 분위기”라며 “미술품 정찰제 같은 사례는 고미술 거래의 신뢰 회복과 수익·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내부에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고 미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 3세대들의 참여도 조만간 표면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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