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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어서 오세요, 오랜만이네요. 식사는 하셨고?” “사장님 다방커피 두 잔이랑 유자차 한 잔 주세요.”
서울 중구 북창동 한 골목에 자리 잡은 남양다방. 지난 24일 오후 1시경 가게로 들어서던 직장인들이 안송하(66) 사장과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안씨는 낡은 은색 주전자로 물을 부어가며 주문받은 커피와 유자차를 만드느라 바쁘다. 근처에는 유명 커피전문점이 즐비하지만 남양다방은 이곳에서만 37년을 지켜온 터줏대감. 인근에서 ‘옛날다방’은 남양다방이 유일하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한 금연정책의 여파로 손님이 줄었지만 단골들의 발길은 여전하다. 점심시간이면 10여개 테이블에서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최근에는 복고바람을 타고 시청이나 명동 부근을 지나는 젊은층의 호기심 어린 방문도 간간이 이어진다. 가게는 단골장사다. 남양다방의 매력은 푸근하고 정겨운 분위기다. 몇 년 전만 해도 ‘인테리어가 구닥다리’라며 타박하는 손님도 적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장점이 됐다.
관철동에서 양복점을 운영했던 안 사장은 연로하신 모친을 대신해 10년 전부터 다방운영에 나섰다. 최근 월 임대료가 200만원이 넘어서면서 하루 15만~20만원 안팎의 매상으로 가게를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 안 사장은 “주변에서 문을 닫으라고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며 “커피 한 잔으로 추억과 휴식을 원하는 손님들이 찾는다면 장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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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도 고풍스러운 옛날다방이 있다. 왕실다방이다. 한 집 건너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명동에서 수십년을 버텨왔다. 금싸라기처럼 비싼 땅값의 명동에서 살아남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가게 입구에 놓인 낡은 공중전화기와 1980년대 후반에 나왔다는 삼성 텔레비전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낡아빠진 메뉴판이 눈에 띈다. 역시 부담 없는 가격이 매력적이다. 커피 2500원. 8명이 와도 2만원이면 족하다. 나머지 차들도 3000원 안팎 .
24일 오후 4시쯤 만난 ‘단골고객’ 김모 씨는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푸근하고 예스러운 분위기가 정겨워서 자주 찾는다”며 “요즘 복고가 유행인데 다방에서 차 한잔 마시다 보면 추억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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