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수도권 신도시 조성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토지 보상 지연, 문화재 발굴 문제에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까지 겹치면서 올 7월 예정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부터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는 사업 계획엔 지장이 없다며 사전청약은 물량을 일부 조절해서라도 일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및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모습. |
|
4일 정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작업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달 초 토지보상 진행률(소유자 기준)은 하남교산지구가 49.13%, 인천계양지구가 44.4% 수준이다. 남양주왕숙지구와 고양창릉지구, 부천대장지구는 아직 협의 보상에 착수조차 못 했다. 고양창릉은 올해 12월 말, 남양주왕숙과 부천대장은 올해 4분기 중 협의보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추가된 광명시흥지구는 아예 미정이다.
앞선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함께 언급된 과천과천지구는 협의보상 시점이 해를 넘긴 데 이어 올해 3분기 중으로 또다시 밀렸다. 앞서 진행한 감정평가에서 소유자와 시행사가 추천한 감평사 간 평가 금액이 10% 이상으로 벌어져 재감정에 들어가기로 한 탓이다.
토지 소유권 이전이 마무리되는 수용재결 예정 시점은 그나마 소유자가 하남교산보다 적은 인천계양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추정시점은 올해 5월 말이다. 이에 정부는 7월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일단 3기신도시 사전청약에 운을 뗀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인천계양 역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문화재 발굴이 걸림돌로 작용해서다. LH는 지난해 5∼7월 인천계양 문화재 지표 조사에서 유물이 발견되자 문화재청과 시굴·표본 조사를 하기로 하고 이달 중 문화재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문제는 시굴·표본 조사만 해도 1년 정도 걸리는 데다 향후 정밀 조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문화재 문제가 인천계양지구 사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사업시행자인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3기 신도시 사업 전반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3기 신도시 전체 조사로 인해 추가 의혹이 제기될 여지가 남아 있는데다 정책 신뢰도가 크게 훼손돼 반발이 잇따르고 있는 까닭이다. 당장 하남교산지구 토지주들만 해도 LH 측에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보상 일정 등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기 신도시 내 한 토지 소유주는 “정부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게 증명되지도 않았는데 공익을 명분으로 토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갈 낯이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국토교통부와 LH 등은 사업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직원 땅 투기 논란에 대해 “해당 논란과 상관없이 3기 신도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3기 신도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구계획 수립과 토지 보상을 병행하는 ‘패스트 트랙’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사전청약의 경우에는 보상이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물량만 조절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H 관계자는 “사전청약은 일부 물량이 조정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날짜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원칙적으로는 토지보상을 끝내야겠지만, 사전청약이다 보니 토지보상이 끝나지 않더라도 병행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계양 유물 문제에 대해서도 “대규모 신도시 사업을 진행하면서 유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며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최초 입주 대상지인 동양동 유물 산포지역부터 문화재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