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경기민감株' 탈때 동학개미 여전히 '성장株'…승자는

백신 개발 진척에 외국인은 삼전, 개인은 네이버 순매수 1위
"'희소성 원리' 따질 때 성장주 아웃퍼폼 힘들어…사이클이 유리"
백신 개발 의문 여전 등 주도주 바뀐 게 아닌 '혼란' 상황
"美, 성장 해법 항상 '디지털'서 찾아…부침있어도 '빅테크'"
  • 등록 2020-11-16 오전 1:30:00

    수정 2020-11-16 오전 1:30:0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발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에너지, 철강, 화학, 금융 등 경기민감주,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이같은 흐름을 따라 해당 업종의 대표 종목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반면 개인들은 백신 개발 이후 하락한 인터넷 기업 등 성장주를 순매수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경기민감주의 약진은 필연적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주의 상승 탄력을 고려할 때 “저가 매수의 기회”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개인, 네이버 0.5조·외국인, 삼성전자 1.3조 담아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발표가 있었던 9일(현지시간) 이후 국내 증시가 열린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네이버(035420)를 4537억원 사들여, 코스피 순매수 순위 1위에 올렸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순위 2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252670)로 1542억원, 3위는 카카오(035720)로 1309억원어치를 각각 사들였다. 이어 삼성SDI(006400)(1277억원), 엔씨소프트(036570)(1098억원), 한화솔루션(009830)(866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 순위 1위는 삼성전자(005930)가 차지했다. 외국인들은 무려 삼성전자를 1조3492억원어치나 쓸어담았다. 2위는 3186억원을 기록한 SK하이닉스(000660), 3위는 1096억원의 KODEX 200(069500)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기아차(000270)(869억원)와 현대모비스(012330)(728억원), 삼성전기(009150)(693억원), LG생활건강(051900)(631억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개인과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 목록을 보면 겹치는 종목이 단 개도 없다. 백신 개발 진척에 대한 소식 이후, 두 수급 주체가 주식시장을 보는 관점은 판이하게 달랐다는 의미다. 개인은 백신이 개발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질 걸로 전망되는 인터넷 기업과 게임업체에, 외국인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업종에 베팅하고 있다. 해당 기간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인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5%인 반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네이버는 5.7% 하락하는 등 일단 이번 주는 경기민감 업종의 ‘승리’로 마감됐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희소성의 원리’를 고려할 때 당장 다음 분기에 실적이 급증하는 업종들이 백신 개발로 인해 많아진다면, 다시 말해 시장에 성장이 풍부해진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주가 올해 상반기처럼 아웃퍼폼하기는 어렵다”라며 “내년 초까지는 중간재 사이클 업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게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도주 논란, 진행 중…성장주, 매수 기회”

반면 개인투자자의 판단이 아직 ‘틀린’ 게 아니란 분석도 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완벽히 개발된 게 아닌데다 보관과 유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경기회복을 판단하기엔 섣부른 시점으로 주도주 역시 완전히 바뀐 게 아니란 관점이다.

화이자가 개발중인 백신은 2개월 내 단기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더 많은 인원에 접종했을 때 이상 반응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핵심 성분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은 영하 70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국가가 이같은 유통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개인이 매수한 업종이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향후 주도주에 대한 입장 차이를 두 투자주체의 매수 움직임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의미 정도”라며 “그만큼 최근 시장은 주도주에 대한 논란이 한창으로, 백신 개발 기대감이 소위 컨택트(대면) 업종과 경기민감 업종이 증시 상승을 주도했지만 백신 개발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민감주에 대한 매력이 단기적으로 높아 보이는 건 사실이고, 특히 이중 이익추정치가 올라오는 운송과 건설 및 건자재 업종은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해 볼 만하다”면서도 “하지만 성장성 높은 대형주는 여전히 장기적으로 유망해, 현 시점을 투자기회로 삼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와 연동성이 높은 미국 증시에서 성장주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는 관측도 있다. 애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의 대형 플랫폼 기업들을 옥죌 거란 예상과는 달리, 되레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든이 부통령에 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기술문제를 연구한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내정했는데, 빅테크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결정이며 더 큰 관점에서 과거 금융위기 때 미국 경제를 견인한 주축이 성장주인 점을 고려한 조치일 수 있다”며 “오래전부터 미국은 자국경제의 성장 해법을 디지털 경제 육성에서 찾은 만큼, 향후 빅테크 주가의 부침이 있더라도 주가 하락을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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