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사태' 부른 대학지원사업 곳곳서 졸속 추진

교육부 신설 대학지원 사업, 준비기간 길어야 3개월
“합의 어려운 정원감축 등과 연계···학내 갈등 촉발”
대학 정원 변동으로 ‘대입 예고제’ 공약도 유명무실
  • 등록 2016-10-21 오전 6:30:00

    수정 2016-10-21 오전 8:29:13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대학 재정지원사업 신청기간 및 선정결과(자료: 도종환 의원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이화여대(이대) 사태’를 촉발한 교육부의 대학지원 사업이 곳곳에서 졸속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공고 후 대학별 사업계획 제출 마감기간이 짧게는 15일, 길어도 3개월을 넘지 않았다. 부족한 준비기간 탓에 교내 갈등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성원 합의 어려운데 “3개월 만에 확정하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간한 정책자료집 ‘대학 재정지원 사업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된 대학지원 사업 7개가 모두 졸속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 사태를 촉발한 평생교육단과대학(평단) 사업은 교육부가 올해 1월 18일 사업을 공고한 뒤 같은 해 3월 2일 사업계획서 제출을 마감했다. ‘평생교육단과대학’이란 고졸 재직자 대상의 평생교육을 대학 내 단과대학으로 흡수시키려는 사업이다. 단과대학을 새로 설치하고 정원 일부를 이곳으로 옮겨야 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학에는 한 달 반 만에 이를 확정한 사업계획서를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대의 경우 평생교육단과대학 명칭을 ‘미래라이프’로 명명한 뒤 신입생 150명을 선발키로 했지만 학생 반발에 밀려 사업을 포기했다. 미라대 문제가 불씨가 된 이대사태는 정유라 특혜 의혹까지 겹치면서 최경희 총장이 이대 130년 역사상 처음 중도퇴진했다.

평단 사업 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현 정부 들어 추진한 7개 신규 지원 사업 모두에서 이같은 문제점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

대학특성화(CK)사업과 산업연계교육선도대학(프라임·PRIME)사업’은 사업공고 후 3개월 만에, 대학인문역량강화(코어·CORE)사업은 공고 뒤 한 달 만에 사업계획서를 마감했다. 나머지 △이공계 여성인재양성사업(WE-UP, 1개월) △고교정상화기여대학사업(1개월)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3개월) 등 모든 사업이 준비작업에 주어진 시간이 길어야 3개월에 불과했다.

물리적으로 내부 합의 불가능한 일정 제시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다는 취지로 2014년부터 대학 지원사업 선정 시 대학에 정원감축이나 정원이동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특성화사업과 평단사업, 프라임사업이 대표적이다.

대학에서 정원을 줄이거나 이동시키는 일은 학과별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구성원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렵다. 프라임사업 계획서 제출 마감을 앞뒀던 올해 3월 단국대·성신여대·중앙대 등에서 학생들이 사업 철회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종환 의원은 “입학정원의 5~10% 이상을 감축하거나 이동하는 학사개편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대학 구성원 간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며 “교육부는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을 제시, 결과적으로 대학가의 갈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영산대·전주대·한국교통대 등 프라임사업 탈락 대학에서는 사업에 반대했던 교수와 학생들을 징계·고소하는 등 아직 사업탈락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평단사업의 경우 지난 7월 추가 선정을 완료한 뒤 2개월 뒤인 9월 수시모집부터 신입생을 선발하라고 요구했다”며 “대부분의 교육부 지원 사업이 사업공고 뒤 계획서 제출까지 기간이 촉박한데 이럴 경우 대학에서는 합의 도출이 어려워 학내갈등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대학 지원사업과 대입정원 감축·이동을 연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입전형 3년 예고제’ 공약을 무력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입 예고제는 대입전형을 미리 제시, 수험생·학부모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이에 따르면 2017학년도 입학정원은 2015년 4월에 이미 예고된 것이다. 하지만 프라임사업에 선정된 건국대 등 21개 대학은 당시 예고한 2017 대입전형에서 인문사회(2601명)·자연(1071명)·예체능(821명)계열의 입학정원 4493명을 줄이고, 공학계열 정원 4441명 늘렸다. 현 정부 공약인 대입 예고제가 정부 지원 사업 탓에 유명무실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개편이나 정원조정은 사전 예고제와 관계없이 변경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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