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정예' 조재현·류덕환 "에쿠우스는 운명"

연극 '에쿠우스' 6년 만에 다시 출연
인간 잠재된 욕망 다룬 작품
초연 40주년 앙코르 무대
'정신과 의사' 역 조재현
"연출 맡았던 6년 전과 달리 연기 몰입해 좋아"
'광기 소년' 역 류덕환
"잘해야겠다는 부담 덜...
  • 등록 2016-01-14 오전 6:18:00

    수정 2016-01-14 오전 6:18:00

초연 40주년을 맞은 연극 ‘에쿠우스’의 백미는 단연 배우. ‘에쿠우스’의 계보를 잇는 배우 조재현(오른쪽)과 류덕환이 6년만에 ‘다이사트’와 ‘알런’으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1970년대에 작품임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힘을 가진 게 롱런의 비결”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속내를 끄집어냈다”고 말했다(사진=김미경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조재현 대 류덕환, 류덕환 대 조재현. 그야말로 ‘연기파 드림팀’이다. 원조 ‘정예멤버’라 불릴 만큼 내공이 강한 두 배우가 6년 만에 돌아왔다. 당대를 주름잡던 배우를 줄줄이 세운 연극 ‘에쿠우스’(2월 7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의 한국 초연 40년 앙코르무대에서다. 마흔의 나이에도 17세 ‘알런’ 역으로 열연했던 배우 조재현(51)은 200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 역에 낙점됐다. 같은 해 난폭함과 순수의 극단을 오가는 섬세한 연기로 주목받은 류덕환(29)도 광기 어린 알런을 다시 연기한다.

‘에쿠우스’는 극작가 피터 셰퍼(84)의 1973년 희곡을 무대로 옮겼다.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신·인간·섹스에 대한 고민을 잠재된 인간욕망과 연결해 치밀하게 구성했다. 살인·동성애 같은 파격적 소재, 배우들의 전라연기로 그간 꾸준히 화제가 됐다. 2년에 한번꼴로 40년간 17차례 무대에 올렸지만 적자를 본 적이 없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두 배우를 조재현이 대표로 있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컴퍼니서 만났다. 류덕환은 “6년 전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 무작정 세밀하게 분석하려 들었다. 지금은 오히려 대충해도 되겠다 싶다. 모든 얘기를 다 들으려 하면 과부하되기 쉽다. 그때가 그냥 연기였다면 지금은 대화다. 상대방의 대사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재현도 맞장구를 쳤다. “지나친 분석은 되레 공연을 헤친다. 너무 계산만 하면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틀에 박히게 된다. 배우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 ‘에쿠우스’와의 인연은.

6년만에 다이사트로 돌아온 조재현(사진=수현재컴퍼니).
▲조재현(이하 조): 1985년에 객석에 앉아 있었다. 배우 최재성이 알런이었고 김부선이 질 메이슨이었다. 그 무대를 보고 정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6년 뒤인 1991년에 알런으로 운좋게 작품을 하게 됐다. 스물일곱 살이었다. 2004년 나이 마흔에 마지막으로 알런 역을 맡았고, 2009년에는 다이사트로 출연하며 연출을 맡았다. 당시 동성애에 꽂혀서 연출로서 열정적인 모습을 구현하려고 애썼다. 이번에는 그저 인간으로 인간을 대하고 있는 듯하다. 연기만 하니까 신경 쓸 게 별로 없어 좋다. 하하.

▲류덕환(이하 류): 19세에 도서관에서 희곡을 접했다. 자세하게 쓰였는데도 이해를 못하겠더라. 화가 났다. 그때부터 파헤쳤다. 2009년 조 선배를 통해 처음 합류하게 됐다. 강태기·송승환·최재성·최민식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거쳐간 작품이란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 조 선배가 6년 만에 다시 알런으로 불렀다. 그때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라는 뜻인 것 같다. 하하.

- 극단 실험극장과 수현재컴퍼니와의 공동제작이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조: ‘에쿠우스’는 극단 실험극장이 1975년 9월에 초연했다. 지난해 9~11월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 40주년 기념공연을 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다. 연말 연초를 에쿠우스와 보내고 싶어서 이한승 실험극장 대표에게 다시 한번 앙코르공연을 제안했다. 덕환이도 합류하고 잘한 일인 것 같다.

- 40년간 롱런한 비결은.

▲조: 1970년대에 작품인데도 지금껏 공감할 수 있다는 거다. 지금 우리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신과 인간, 성(性)이란 화두도 여전히 유효하고. 말을 찌르기까지 소년의 감정은 굉장히 소중하다. 소년과 동일한 감성을 품고 있어도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20~30대 관객은 알런을 통해, 40~50대 관객은 다이사트를 통해 각자의 열정을 들여다볼 수 있을 듯하다.

알런 역의 류덕환(사진=수현재컴퍼니).
▲류: 메시지는 대사에 다 나온다. 결국 정상적인 게 뭐냐. 정상적인 게 있다면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무엇인가 등. 많은 질문을 던진다. 결국 현대의 사회문화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굳이 규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작품이 던지는 주제에 대한 공감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거다.

- ‘류알런’ 덕에 에쿠우스 덕후가 됐다는 사람이 많더라. 연극무대에도 꾸준히 선다.

▲류: 관객이 알런을 상상한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나와 잘 맞아선가 보다. 누가 더 잘하느냐의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무대에 꾸준히 서는 건 만약 연극을 안 했으면 이 연기를 할 수 있었까 싶을 때가 많아서다. 그래서 배우 지인들에게도 무대에 꼭 한번은 서보라고 권한다. TV는 모니터를 할 수 있지만 연극은 관객만이 판단해준다. 열정과 집중을 보이면 박수는 저절로 따라온다.

- 수현재컴퍼니의 올해 운영계획은.

▲조: 대학로연극이 20대에 잠깐 스쳐가는 공연문화로 자리잡는 것이 안타까웠다. 공연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싸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오락공연도 필요하다. 그런데 대다수가 돼버린 게 문제다. 그에 비해 수현재가 다양한 공연과 관객층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할 때가 있다.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장르로 실험적인 명작을 만들려고 한다. 젊은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도 더 보강하려고 한다.

-어떤 선배고 어떤 후배인가

▲조: 덕환을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연출자의 의도를 단박에 알아채더라. 노하우를 가진 배우다.

▲류: 공연마다 느끼는 거지만 조 선배에겐 내공이 있다. 나는 내 숨 고르기에 바쁘고, 동선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상대배우의 시선과 연기까지 이끌어준다. 또 깊고 다양한 감정선이야말로 20대부터 50대까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조 선배 외에 또 다른 알런을 연기하는 배우 김윤호에게서도 자극을 받는다. 나도 저랬는데 너무 나태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워낙 열심히 해서 다른 알런인 것 같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경계도 되더라. 하하.

무려 40년이다. 1975년 한국초연 이후 탄탄한 플롯과 내밀한 심리묘사,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명품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에쿠으스’의 한 장면(사진=수현재컴퍼니).
한국초년 40년 앙코르 무대에 선 알런 역의 류덕환. 작품의 하이라이트 신전 장면(사진=수현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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