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서울 여행이 '187원'…유커 잡기 '초대박' 상품 봇물

메르스 진화로 한국행 유커 증가세 반전
韓·中 관광업계 손잡고 관광붐 조성 나서
  • 등록 2015-07-31 오전 7:44:03

    수정 2015-07-31 오전 7:44:03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서울에서 3박 4일 동안 머물며 여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단돈 ‘1위안(187원)’.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립이 한국방문 이벤트 여행상품 가격으로 제시한 금액이다. 지난 29일 오전 10시, 해당 상품에 대한 예약이 시작되자 접속자가 폭주했다.

이벤트에 당첨된 ‘행운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은 광복절인 다음달 15일부터 순차적으로 한국에 건너 오게 된다. 씨트립은 국내 다수의 숙박업체들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중국 현지에서 한국 관광붐을 다시 일으킬 계획이다.

30일 항공·관광업계에 따르면 국내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면서 한국으로 향하는 유커들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 대형 여행사들은 유커들이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초저가 여행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제주도에서 3박 4일 동안 빌라식 리조트에 묵으면서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상품의 최저 가격은 1300위안(24만원) 수준이다. 메르스가 발생하기 전인 올해 초보다 40% 이상 할인된 금액이다.

이같은 저가 상품들은 국내 숙박·여행·외식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출시되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 내 관광업 관련 200여개 업체는 다음달 말까지 ‘핫 세일’ 행사를 진행하며 유커들을 대상으로 최고 64%의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국제여행사의 리쥔가오(李軍告) 사장은 “한국 여행상품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최소 20~30% 인하됐다”며 “이 정도 가격이면 유커들의 한국 여행을 독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7~8월 성수기는 물론 연말 비수기를 대비한 특가 상품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감소한 관광 수요를 하반기로 이연해 손실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한국으로 건너와 동대문과 남이섬 등을 여행하는 3박 4일 일정의 여행상품 가격은 1999위안(35만원)으로, 중국 연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도 유커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판촉 행사를 진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출발 45일 전에 예매하는 고객들에게 최대 4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여객 수송 실적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16.2%에서 지난해 19.2%로 증가한 반면 일본과 미주 비중은 4~5%포인트 감소했다“며 ”이제 유커 없이는 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가 경쟁이 과열돼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은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의 위기를 넘기 위해 가격 인하에만 매달리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쇼핑 중심지인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운 유커들.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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