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합니까①] '이상'해야 뜬다

술 파는 책방·조명 끈 식당
'남과 달라야 살아남는다'는
'비정상' 경쟁력 성공키워드로
  • 등록 2015-06-26 오전 6:20:21

    수정 2015-06-26 오전 6:23:19

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니글니글’ 자아도취형 개그코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콤비 이상훈(오른쪽)과 송영길(사진=다원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상한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이상하자!” 모 통신사의 광고문구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상’(異常)한 시도로 고객이 기대하는 ‘이상’(以上)의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가장 ‘이상’(理想)적인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이상’ 중 주목할 것은 당연히 처음에 쓰인 ‘이상’이다.

최근 ‘이상’(異常)이 키워드로 뜨고 있다.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는 게 이상의 사전적 의미다. 다시 말해 비정상인 셈이다. 사실 그동안 비정상 또는 이상은 부정적 의미였다. “저 사람은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휘어 잘 걷지를 못해” “제발 이상한 생각 좀 하지마” 따위로 쓰임새가 곱지 않았다. 나와는 다르다는 편견. 일종의 집단주의적 사고였다.

그런데 그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남과 달라야 살아남는다’는 경쟁력의 다른 용어가 됐다는 소리다. 이 같은 현상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매체 곳곳에서 나타난다. JTBC 토크쇼 ‘비정상회담’은 ‘이방인이 본 한국’의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프로그램 내내 이어진다. KBS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니글니글’도 유사한 경우다. 두 개그맨이 벌이는 충격적인 비주얼과 댄스, 말도 안 되는 억지대사가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분명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상’함이 이들의 무기다.

문화계는 특히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이벤트가 넘쳐나는 곳이다.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라는 작품을 보자. 피아니스트가 무대 위로 걸어나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뚜껑을 연다. 그러곤 정확하게 4분 33초 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다시 뚜껑을 닫고 무대 밖으로 걸어나간다. 이상한 상황이다. 작곡가의 의도는 피아노 소리가 아닌 연주회장의 소음을 관객에게 들려주려는 것이다. 비단 피아노를 통하지 않아도 소리라는 게 뭔가를 전달하고 감상자와 소통을 이루는 행위라는 점에서 음악작품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상’은 문화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 추구가 단 하나의 분명한 목표인 냉철한 기업세계에서도 ‘이상’함은 성공 키워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의 신화를 일군 스티브 잡스. 잡스는 21세기 혁신의 상징이 됐고 그가 말한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바이블이 됐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상’함의 성공은 형식이 어떻든 일반 대중과의 의미있는 소통을 이룰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누군가가 튀면 사회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봐 개인의 개성을 강하게 내세울 수가 없었다”면서 “지금은 사회의 발전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면서 독특하고 특이한 개성과 자율성,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문화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바로 그 지점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한 음식점.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며 식사하는 ‘블라인드아트레스토랑’ 내부. 휴대폰, 카메라 등 ‘빛’이 나오는 물건은 일체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내부를 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사진=블라인드아트레스토랑).
▶ 관련기사 ◀
☞ [이상합니까②] 술파는 '이상'한 책방 '북바이북'
☞ [이상합니까③] "빛 없는 90분…'이상'한 경험 제공"
☞ [이상합니까④] 파격이 바꾼 시대별 '이상'한 문화
☞ [이상합니까⑤] '이상'한 '니글니글' 왜 먹히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있지, 가을이야
  • 쯔위, 잘룩 허리
  • 오늘도 완벽‘샷’
  • 누가 왕인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