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반대` 시리자, 그리스총선 압승…유로존 앞날은

`채권단과 대립반대` 포타미와 연정 유력..우호적 분위기
채권단의 그리스 압박 시작돼..유로존에 파장 우려
  • 등록 2015-01-26 오전 7:49:00

    수정 2015-01-26 오후 4:51:25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그리스의 재정긴축 정책에 반대하면서 국제 채권단으로부터의 채무 탕감을 요구하고 있는 급진좌파 연합인 시리자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선거 직후 출구조사 결과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가 이끄는 시리자는 35.5~39%의 득표율로,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당수인 신민당의 23~27%보다 최대 12%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측돼 여론조사 결과보다 훨씬 큰 격차를 보였다.

현재 개표가 40% 정도가 진행된 상황에서 시리자는 35.9%를 기록하고 있고 신민당은 28.4%를 기록 중이다. 이 득표율이라면 전체 148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단독 과반의석에는 3석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올해 40세인 치프라스는 그리스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될 것이 유력하다.

이제 문제는 시리자 집권 이후 그리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첫 시그널은 연정 파트너 선택

이번 선거에는 22개의 정당이 참가했다. 다만 의회에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3%의 지지율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치프라스 당수가 연립정부 파트너로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중도 성향의 신생정당 포타미,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 공산당, 사회당, 그리스독립당 등 5곳으로 좁혀졌다.

이중 시리자가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포타미로 점쳐지고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인 포타미는 현재 전 언론인 출신인 스타브로스 테오도라키스가 이끌고 있다.

만약 예상대로 포타미가 파트너로 낙점된다면 상황은 우호적일 수 있다. 포타미는 국제 채권단과의 극한 대립에 반대해온데다 테오도라키스 당수 역시 “치프라스 당수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약속하지 않는다면 시리자와 손잡지 않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시리자 역시 국제 채권단과 크게 대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행보로 읽힐 수 있다.

국제 채권단의 그리스 압박

이미 국제 채권단의 그리스 압박은 시작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2일 국채 매입을 포함한 전면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그리스를 최소한 6개월간 국채 매입 대상국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리스) 국채 매입이 시작되기 전에 트로이카팀과 합의를 끝내라”며 그리스 정부를 압박했다.

현재 치프라스 당수는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도 재정긴축 정책을 없애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채권단에 볼모로 잡힐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단은 은행 예금이 자국을 빠져나가고 있고 정부 재정자금이 6월말이면 소진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리스의 재정상황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판단, 새로운 합의를 통해 구제금융을 지속하도록 원하고 있다.

치프라스는 “우리도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유로존 정부들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유로존의 양보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뜻하는 그렉시트는 우리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테네오 인텔리전스 월판고 피콜리 애널리스트는 “채권단이 그렉시트를 우려해 그리스 새 정부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할 것이라는 시리자의 기대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로존 反긴축기조에 파장

반긴축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스페인 포데모스 등 유로존내 여러 정당들이 그리스 총선 결과를 주시해왔다. 스페인에서는 올해말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당수는 이번주 아테네에서 있었던 치프라스의 선거 유세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지난주 다보스포럼에서 “우리와 그리스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같은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

또다른 구제금융 국가인 아일랜드와 포트루갈에서도 반긴축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클리프 테일러 컬럼니스트는 “만약 새로운 그리스 정부가 승리하고 채권단과 긴축 철회에 합의한다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며 다른 국가들도 EU 조약에 규정된 재정적자 목표치에 재량권을 달라고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결국 채권단이 시리자의 요구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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