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짜마케팅, 10년 공든 음원시장 붕괴 우려

  • 등록 2014-10-28 오전 7:38:21

    수정 2014-10-28 오전 7:38:21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지난 10년간 진통을 거듭해가며 성장한 국내 유료 음원 시장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음원이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들의 공짜 마케팅 소품으로 전락하면서다.

한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는 자사 제품 전용 무료 라디오형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를 지난 9월 국내에 론칭했다. 이동통신사 한곳도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휴대폰 중 스마트폰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음악도 스마트폰을 통해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음원 무료 서비스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해당 단말기 및 이동통신 사용자들은 무료로 음악을 듣지만 각 기업이 음원 서비스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엄연히 말하면 공짜는 아니다.

문제는 대중이 음원에 대해 ‘공짜’라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음악 시장은 1990년대 말 CD 시장 형성과 함께 디지털로 전환된 후 ‘공짜’라는 인식이 만연하면서 이미 한차례 위기를 겪었다. P2P 서비스를 이용한 파일공유가 일반화됐고 불법 무료 음악파일이 넘쳐났다. ‘휴대폰 벨소리는 돈을 내고 구입해도 MP3 파일은 공짜로 듣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작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했다. 이는 음원 시장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2004년 정부와 사업자, 권리자의 합의 하에 음원 유료 서비스가 정식으로 개시됐다. 지난해 음원 징수규정 개정안 적용에 따른 음원 가격 인상으로 혼돈기를 맞기도 했으나 권리자들의 희생과 음원 사업자들의 적자를 감수한 프로모션으로 안정화를 이어올 수 있었다. 한국 음악시장 규모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 톱10에 오를 만큼 성장했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로 인해 ‘디지털 음원은 공짜’라는 인식이 다시 한번 만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내 음원 시장은 회복 불능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료 콘텐츠가 무료로 배포되고, 그 가치가 훼손되면 지금까지 어렵게 구축한 시장 질서가 단박에 무너질 수 있다. 근간이 흔들린 산업이 회복되는 것은 쉽지 않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시대 창의적 콘텐츠 산업 육성은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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